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일 아침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직전 참모들에게 전달한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가 계속 정치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여러 날 숙고해 서 '편지'를 탈고했다고 전했으나 정황상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편지를 썼을 것으로 보여서다.
입방아의 주요 주제는 '밤에 쓴 연애편지'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이 노 대통령의 정치구상을 '밤에 쓰는 연애편지'라고 언급한 때문. 밤에 쓴 연애 편지를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는 도저히 우체통에 넣을 수 없다고 한다. 밤의 정적이나 자신의 감정에 너무 몰입돼 감상적이거나 때론 유치해 도저히 연인에게 전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대통령의 서신을 '밤에 쓰는 연애편지'라고 규정한 대목에는 편지글 내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담고 있다.
또 편지가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인 '청와대브리핑'에 게재돼 노 대통령의 '컴퓨터 중독(?) 여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컴퓨터로 비서진의 보고를 결재하고, 각종 제안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댓글 형식 등으로 밝히곤 한다.
문제는 댓글을 단 시간이 새벽 1시, 2시도 있고 새벽 4시, 5시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내가 한 보고를 대통령께서 꼼꼼히 읽어보고 의견을 달곤 하는데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안목에 한번 놀라고 의견을 단 시간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곤 했다."며 "대통령이 인터넷 중독이란 말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청와대를 다녀 온 여당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요즘 새벽 3시까지 깨어있고, 아침에도 5시30분이면 집무실에 나올 때가 많다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당원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것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리는 노 대통령만의 방식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비서진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돼 한번 걸러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같은 직접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인기도'와 맞물려 긍정적 반응보다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는 식의 부정적 반응을 더 자주 낳고 있다. '편지정치'로 정가에 파문을 던져놓고 해외 순방중인 노 대통령이 13일 귀국한 뒤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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