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창시절의 추억…대구 신암초교 역사관 개관

'오늘 학교 역사관을 둘러봤다. 옛날에는 보온도시락이 없어서 쇠도시락을 썼다. 밥을 데울 수 없어서 찬밥을 먹었을 것이다. 또 전자계산기가 없어 주판을 썼다고 한다. 교과서도 흑백이고 두꺼워서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정말 그 옛날에는 어떻게 학교에 다녔을까?'

지난 9월 문을 연 대구 신암초등학교(1949년 개교) 역사관 입구에 전시된 한 학생의 감상문이다. 30~40년 전 교과서와 학용품, 시험지, 통지표 등 지금은 사라진 '국민학교'의 유산은 요즘 학생들에게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하는 정도. 학교라는 세대 공통의 공간 속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추억을 나눌 수는 없을까.

대구 서부교육청이 특색 과제로 추진중인 '학교 역사관 건립 사업'이 세대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구와 북구의 초·중학교 83개 중 현재까지 20개의 학교가 교내 역사관 설치를 마쳤고, 우수 역사관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둘러본 신암초등학교 역사관은 옛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건물 현관 안쪽에 양쪽으로 만든 역사관에 전시중인 물품은 모두 200여 점. 샘본, 국어책, 사회과부도, 탐구생활을 비롯해 책가방, 신주머니, 쇠도시락, 교복, 통지표, 주판, 만화책 등 1950~1980년대 학창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낡은 원형 그대로 전시돼 있다. 대부분 이 학교 동창생들이 역사관 건립 소식을 듣고 내놓은 '보물'들. 역사관 입구에 걸린 철제 종도 한 학부모가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흔쾌히 내놓았다.

역사관 벽면에 걸린 당시 학생들의 졸업행사와 소풍, 수업장면을 담은 흑백 사진도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은 30~50대가 됐을 사진 속 어린 학생들은 흰색 목깃, 검정색 교복 차림으로 웃고 있다. 1959년에 찍은 이 사진은 당시 교복을 원형으로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김익진 교감은 "그 시절을 추억할 만한 등사기나 시험지, 교과서, 궤도, 학교 종 등은 학교 창고에서도 분실된 경우가 태반이어서 졸업생들의 기증이 없었다면 역사관 건립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관은 현장 수업자료로도 활용했다. 신암초교는 지난 10월 한글날을 기념해 학교 역사관을 주제로 전교생이 글짓기 대회를 갖기도 했다. 한 3학년생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역사관을 둘러보고 난 후 얘깃거리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병욱 서부교육청 장학사는 "학교들마다 간단한 연혁이나 트로피는 전시해 왔지만 정작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데는 소홀했다."면서 "2007년말까지 서구, 북구 전 초·중학교에 학교 역사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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