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어벡호 '아시아 2류팀에만 승리' 불명예

핌 베어벡 감독은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은 다음 성인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총 13경기를 치렀다.

외견상 드러난 전적은 6승4무2패로 그리 나쁘지 않다. 도하아시안게임 결승 문턱에서 좌초하긴 했지만 전적상으로는 아시안게임에서만 4승이나 보탰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구성된 히딩크호와 아드보카트호도 이 정도 승률을 유지했을 뿐이다.

그러나 베어벡호 전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씩 연령대가 다르게 구성됐던 베어벡호는 지금까지 모두 다섯 나라를 이겼다.

대만, 방글라데시, 베트남, 바레인, 북한을 상대로 6승을 올렸다. 대만과는 아시안컵축구 예선을 하면서 홈앤드어웨이로 두 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이들 팀 가운데 북한과 바레인을 빼면 거의 아시아 최약체에 속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전력을 정확히 반영하진 않지만 대만이 163위, 방글라데시 158위, 베트남 160위다.

그마저도 속시원히 이긴 경기는 지난 9월 수원에서 펼쳐진 대만과 홈 경기 8-0 대승 뿐이다.

당시 베어벡 감독은 설기현, 박지성, 이영표 등 유럽파를 총동원했다. 골 퍼레이드는 벌였지만 '모기를 잡는데 소 잡는 도끼를 들고 나왔다'는 말도 나온 경기였다.

베어벡호가 승리를 하지 못한 상대는 이란, 일본, 시리아, 이라크, 가나 등 다섯 나라다.

일본과는 21세이하 올림픽축구대표팀 맞대결에서 2무를 기록했고 이란과는 아시안컵 예선에서 1무1패로 밀렸다.

'중동의 복병' 시리아는 거의 잡을 뻔 했지만 막판 수비 실책으로 일을 그르쳤다.

그동안 상대했던 팀 가운데 가장 강한 독일월드컵 16강국 가나를 맞이해선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 10월 맞붙은 가나는 정예 멤버들이 개인기, 스피드, 체력에서 완벽한 우위를 보이며 한국은 압도했다.

지금까지 전적과 경기 내용으로 볼 때 지난 5개월 간 베어벡 감독이 보여준 지도력이 한계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열 경기를 넘게 치르며 제대로 된 강적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유한 색깔'을 입히지 못하는 밋밋한 플레이에다 선수들의 정신력에 불을 지를 만한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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