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날들]10대들의 추억은?

-대륜고 1학년

하루는 술에 취해 귀가하신 아버지가 나와 누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하고픈 것, 갖고픈 것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단다." 내게는 그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 5반 송근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좋아했던 여학생이 있었다.첫사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그 친구가 생각난다.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여학생의 손을 잡게 된 일이 있었다. 그 때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 8반 박찬.

몇 해 전 유성우가 많이 떨어진 때, 무척 보고 싶었지만 부모님 약속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실망스런 마음에 잠이 들려고 할 때 늦게 들어오신 부모님이 피곤하신데도 함께 산으로 데려가 주셨다. 기분 좋았다. 감기 걸렸다. - 7반 최범준

대구에서 오래 살았지만 길을 잘 잃어버린다. 초등학교 시절 길을 묻는 할머니를 직접 모시고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 꼬박 반나절을 헤매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길을 찾으셨지만 나를 달래느라 더 고생하셨다. - 13반 전우빈

중학교에서 처음 맞은 화이트데이. 혼자 좋아했던 여학생을 위해 겨울방학 내내 돈을 모아 좋은 사탕을 샀다. 학원에서 전해주려했지만 둘만의 시간이 없어 전해주지 못했다. 결국 그 사탕은 어머니께 드렸다. - 4반 이의직

하루는 어머니께 대들어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우울한 기분으로 방에 들어와 자는 척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조용히 들어오셔서 매 맞은 곳을 어루만져주셨다. 울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 익명

- 대구여고 1학년

초등학교 5학년때 우연히 내 이메일을 알게 된 친구가 하트가 가득찬 메일을 보내왔다. 누가 보냈는지 뻔히 알 수 있는데도 이름을 안밝힌다고 쓴 부분이 얼마나 우습던지. 답장은 한통으로 끝. 날 좋아해준 추억만이 남아있다. - 9반 홍민정

지난 추석 고속도로를 달리던 우리 가족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다지 심각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내가 크면서 서먹서먹한 분위기이던 우리 세 식구. 그 사고를 계기로 서로 더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마음이 생겨났다. - 익명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양로원을 찾아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렸다. 처음 가본 곳에서 처음 해본 일이었지만 그 분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 2반 김나형

초등학교 시절 별로 이쁘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내가 좋아한 남자 아이가 있었지만 표시도 할 수 없었다. 그 해 빼빼로데이에 그 남자 아이가 내게 과자를 건네주었다. 지금도 내 서랍에는 그 과자가 남아있다. - 익명

초등학교 3학년 때, 팔공산을 내려오다가 본 불우이웃돕기 모금에 버스비만 남기고 다 넣었다. / 중학교 3학년 때 시각장애인 아저씨를 버스정류장까지 모시고 가서 버스를 태워드렸다. / 구세군 자선남비에 돈 넣었다. - 여러 명

◇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 / 나와 늘 함께 하는 사랑하는 친구들 / 세상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 내 생명 / 나중에 언젠가는 만나게 될 평생을 함께 할 남편 /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그 자체 - 대구여고 1학년생

2년 뒤 수능을 위해 오늘 나 자신에게 선물한 수능 샤프 / 시험기간에 피곤하겠다며 다리를 주물러주시던 아버지의 사랑 / 전학간 뒤 두달만에 친구도 없던 내게 주신 담임 선생님의 생일 선물 / 소수 의견으로 책, 문명세계, 잠 - 대륜고 1학년생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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