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지를 찾아서] 가톨릭⑩-천주교 대구대교구 성모당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께 바친 은총의 성지"

2007년 정해년 첫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대구 남산동 성모당에 계신 루르드의 성모님을 찾았다. 가보니, 성모님 혼자이지 않았다. 의무대축일 미사를 마친 교형 자매들이 수없이 성모당을 찾아왔다. 시끌벅적한 바닷가 일출을 보는 대신 성모님 품에서 기도로 한해를 여는 소박한 믿음의 실천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관의 가장 아름다운 보좌에 세워진 성모당은 언제나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평화를 심어주는 사랑의 성지이다. 인간의 머리와 세상적인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기 어려운 은총을 오직 순명과 사랑으로 가득 받은 복된 여인 성모님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처럼 따지지말고, 불평없이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한마디면 족하다.

숱한 고난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풍성한 축복을 받은 성모당의 하늘 어머니는 찾아오는 교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든지 그분(하느님)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 "제 주장만 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라." 그래서 대구 남산동 성모당은 세상에서 실타래 처럼 엉긴 삶을 뛰어넘어 하느님의 뜻대로 살겠다는 용기를 얻어가는 열린 성지, 치유의 성지로 사랑받고 있다.

◈ 안주교의 세가지 허원

오는 2011년 설정 100주년을 맞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기틀을 잡은 이는 초대 교구장 안세화 주교이다. 프랑스 알사스 지방 출신으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사제이던 안 주교는 1911년, 조선대목구에서 분리한 남방(南方)교구를 대구대목구(=대구대교구의 전신)에 두자 초대 감목(=교구장)에 임명됐다. 지금부터 96년 전이다. 1911년 6월26일 초대 감목인 안 주교가 대구에 도착해보니, 요긴하게 세울 것은 많은데 재정은 하나도 없었다. 난감했다. 안 주교는 수많은 치유의 기적을 보인 루르드의 성모를 교구 주보로 삼고 허원했다. "성모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주교관과 신학교 그리고 주교좌 성당 증축을 이룰 수 있다면 주교관에서 제일 높고 아름다운 장소를 성모님께 봉헌하고, 그곳에 루르드의 성모동굴 모형대로 성모굴을 지어 모든 신자들이 순례토록 하겠습니다."

◈ 주교관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모당

안주교가 허원한 대로 2년 만인 1913년 12월4일 대구본당 서상돈 등의 협력으로 주교관을 완공했고, 1914년 10월에는 유스티노신학교를 건립됐다. 1912년 3월에는 명도회관 축성, 1915년에는 살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설립, 그해 11월에는 성직자 묘지 축성, 1916년 9월에는 해성학교를 축성했다. 마지막 청인 주교좌 성당 증축은 이루어지기 어려워 성모굴은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1916년, 소세 신부가 중병을 앓아 임종 직전에 이르렀다. 안 주교는 "소세 신부를 낫게 해주시면 주교좌 성당 증축 전에 성모동굴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새로 했다. 근데 소세 신부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하여 1917년 7월31일부터 성모동굴 공사가 시작, 1918년 10월 안주교는 그해 8월 15일에 공사를 끝낸 성모동굴에다 성모님을 모시고 성모당을 축성했다.

◈ 루르드의 동굴 그대로 만들어

허원 7년 만인 1918년 완성된 대구 성모당은 프랑스 피레네 산맥 북쪽 기슭에 있는 도시 루르드의 갸브 강가에 있는 루르드 성모동굴의 크기과 물론 바위 모양까지도 꼭같이 만들어졌다. 외부는 벽돌로 굴 내부는 시멘트로, 기념틀의 모양은 교황 레오 13세께서 바티칸 정원에 만들어놓은 루르드의 성모 기념 동굴 모양을 본뜬 것이다. 돌로 된 성모상은 대구교구의 프랑스인과 한국인 사제들의 헌금으로 마련됐다. 루르드의 성모님이 15세 소녀 벨라뎃다에게 발현하던 그 모습 그대로, 머리에는 눈과 같이 흰 수건을 썼고 청색 띠를 띠었으며, 손은 합장하고 팔에는 은알(묵주)이 드리워지고 벗은 양발 위에 금해당화꽃이 피어있다.

◈ 다시 루르드의 성모님 앞에서

그때 이후 남산동 성모당은 대구교구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성지가 됐다. 성모당을 대개 세가지 이유로 참배한다. 하나는 그저 성모를 공경하고 감사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의 죄로 괴로웠던 사나이, 십자가에서 행복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천주의 성모를 공경하기 위해서 순례를 하면, 저도 모르게 성모님을 닮게 된다. 그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둘째는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를 얻기위해 성모님의 특별한 효험을 믿으며 참배하는 것이고, 셋째는 허원에 의해 미리 영혼이나 육신의 은혜를 받고, 그 허원을 채우기 위하여 참배하는 경우이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도움을 구하든, 성모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다시 루르드의 성모님 앞에서 기도드린다. 우리와 함께 께시는 성모님, 어두운 세상 우리가 살아갈 길이 무엇인지, 참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어 이 세상에 구원을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글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사진 정우용 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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