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레딩과 첼시의 경기에서 레딩의 설기현은 내내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설기현과 스티븐 헌트를 제외하고 색다른 전술을 펼쳐본다는 것이 스티븐 코펠 감독의 작전이었고, 강호 첼시와 2대 2의 무승부를 이끌었으니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비록 이날 설기현의 결장이 아쉽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푸른빛으로 가득한 축구장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은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그곳이 아름답고 표 값 비싸기로 유명한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리지'다.
스탬포드 브리지는 런던의 소문난 부자 동네 첼시 근처에 있다.(그래서 구단 이름이 첼시다.) 런던 외곽에 자리잡은 아스날의 '에미리츠 스타디움'보다 좌석 수가 적고, 토튼햄 핫스퍼의 '화이트 하트 레인' 구장에 비해서는 좌석 수가 많은데 분위기가 각각 다르다. 수용 인원이 4만 2천여명으로 에미리츠 스타디움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영국 축구는 구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전부 홈팀이 갖는데 이런 이유들로 첼시의 홈경기는 보기 좋고 비싸다. 구단의 수입을 위해 첼시는 유료 구장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만 하루 세 번 정기 투어가 있는데 한 회에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여명이 참가한다. 별도의 그룹 투어를 신청하는 사람도 많다. 영국인이 가장 많고 동양인은 드물다. 투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장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곳은 첼시 선수들의 락커룸이다.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표와 유니폼이 걸려있는 락커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가이드의 설명도 제쳐둔다. 이곳은 사진도 멋지게 나오는 편인데 화장실 한 칸, 샤워기 3개가 전부인 상대팀의 대기실에 비하면 호사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화장실, 욕실, 운동실, 휴식공간이 각각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다. 첼시 최대 스폰서인 삼성의 최신형 LCD텔레비전과 비디오 시스템도 락커 사이에 있다.
스탬포드 브리지 관람석 5번 구역에 앉아 첼시 구단의 역사를 듣는 것이 투어의 마지막 과정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첼시 서포터 중에서도 시즌권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한다는 5번 구역에 앉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흥분한다. 첼시팬 사이에서 5번 구역은 꿈의 자리로 통한다.
투어에 참가하려면 입장료 14파운드(한화 2만5천원 상당) 외에 75분 동안 '나는 첼시의 팬이다'라는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즐겁다. 필자가 투어를 할 때에는 한 참가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라고 밝혔다가 곤욕을 치렀다. 첼시의 가이드는 가는 곳 마다 그를 불러서 '아직도 맨유가 좋냐'고 물어댔다.
화려한 스탬포드 브리지 안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각 팀 탈의실의 '거울 앞'이다. 모든 경기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기 때문에 팬들에게 최상의 모습으로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선수들의 목표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선수들은 머리와 유니폼을 만지기 위해 탈의실에 하나밖에 없는 전신거울 앞에 줄을 선다고 한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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