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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사각지대 '동거'…신고 못하고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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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부보다 더욱 악랄'

김진숙(42·여·가명) 씨는 지난 여름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한 번 실패했던 결혼생활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과 시작한 동거가 결국은 피로 얼룩졌기 때문. 지난해 8월 재혼을 전제로 4살 연상의 남성과 동거를 한 김 씨는 동거남의 갑작스런 폭력에 갈비뼈가 부러지고 코뼈가 내려앉는 중상을 입었다. 동거남의 폭력에 만신창이가 된 김 씨는 결국 119구조대의 도움을 통해 가까스로 구조될 수 있었다. 김 씨는 "결혼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위해 선택한 동거가 오히려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거인 사이의 폭력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특히 결혼한 부부와 달리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한 동거 여성의 경우 동거남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실제 대구시에 따르면 전 배우자를 포함한 동거인 간의 폭행은 2004년 111건에서 2005년 163건으로 32%나 늘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여성인권상담전문가들의 얘기다. '동거' 관계의 특성상 동거녀가 폭행에 시달려도 신고를 하거나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정식 부부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1366 여성긴급전화 한 상담자는 "동거인 간의 폭력은 부부관계에서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더 악랄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7월 동거녀가 헤어지자고 한다는 이유로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폭행하는 등 1년 동안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허모(33) 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거녀들의 경우 스스로 동거를 선택했다는 생각에 상담센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거나 동거남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동거를 선택하는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사회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자책감에 오히려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에 여성인권전문가들은 예전에 비해 동거여성들의 폭력 피해 상담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두옥 대구 여성의 전화 대표는 "중년층에서의 동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는 등 '동거' 형태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폭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들을 상대로 한 예방 차원의 의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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