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가서 풍물패 종적 감춰…공직사회선 '인기'

대구지역 한 대학의 풍물패는 최근 풍물 기술을 배우겠다는 학생이 없어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 때부터 도서관에서 똬리 틀고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학생들은 아예 풍물패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풍물패 방 한 쪽에 자리 잡은 북 등에 먼지가 쌓여가면서 대학의 풍속도였던 구성진 풍물 소리가 종적을 감추고 있다.

반면 동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풍물패 '고로쇠'는 날이 갈수록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3년 전부터 자체 모임을 하기 시작한 '고로쇠'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배우고 익힌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 아래 복지시설 등에서 공연을 도맡아 하고 있다.

풍물 등 대학가를 대표하던 문화 소모임들이 점점 공직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대학가에서 취업 등을 위한 '공부 모임'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문화 소모임들이 '경직된 문화를 바꾸고 주민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공직사회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

달서구청의 레크리에이션 모임 '돈 키호테'도 경직된 직장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6월 '웃음'을 화두로 7명이 모여 만든 이 소모임의 회원은 현재 21명으로 늘었고 모두 레크리에이션 1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이들은 지난해 달서구청에서 실시한 동아리 평가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재용(40) 회장은 "이 모임의 존재 목적은 가능한 가까이 주민들에게 다가가 즐거움을 전해 주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많이 찾는 보건소나 점심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청의 록밴드 'RB-80'도 경로당뿐 아니라 장애인 시설 등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을 위한공연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외부 공연만 이미 10차례 넘게 했다.

한 구청의 동아리 관계자는 "업무와 연관된 형식적인 학습동아리에 비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직원들이 모여 만든 문화 동아리에 직원들이 더욱 많이 모이고 있다"며 "경직된 공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만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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