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골교사 교수법, 전국에서도 통했다

'영어수업 연구대회' 수상 지역교사들

'시골 교사, 대도시를 이겼다.'

우리나라에서 영어수업을 가장 잘 하는 현직 초등교사 10명 가운데 4명을 경북의 교사가 차지했다. 대도시들을 제치고 농·산·어촌 학교가 많은 경북이 우수 영어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 이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도 '뜻밖의 일'이라며 놀라는 분위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달 30일 서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강당에서 '제1회 영어수업 개선 연구대회' 수상자로 뽑힌 교사 10명(초등부문)을 시상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시·도 예선을 뚫고 올라온 뽑힌 본선 진출자 350명과 실력을 겨뤄 당당히 영예를 차지한 것.

이번 대회에서는 경북 교사들의 약진이 단연 돋보였다. 서울 1명, 대전 2명, 대구 1명, 경기 1명, 충남 1명 등 대도시들이 1, 2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4명은 '무더기 입상'인 셈이다.

주인공은 한미경(42·칠곡군 인평초교), 황영애(42·포항 대흥초교), 이정희(39·구미 오태초교), 홍옥희(38·김천 동신초교) 씨 등 여교사 4인방. 지난 1년간 영어전담 교사로 활동하면서 시행한 '수준별 학습법' '놀이·활동 중심 학습법' 등 다양한 교육법이 이번에 정부로부터 공인 인증을 받은 것이다.

한 교사는 "같은 학년에서 알파벳조차 모르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회화가 유창한 학생도 있을 정도로 수준별 격차가 심하다."며 "'펀(Fun) 잉글리쉬'를 주제로 챈트, 역할놀이, 게임 등 놀이적 요소를 수업에 접목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한 교사가 재직중인 인평초교는 농촌인 칠곡군 북삼읍의 소규모 학교다.

황 교사는 "학생들의 개인 취향에 맞춰 수업방식을 선택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했다. 홍 교사는 "아침 수업전 10분, 점심시간 20분을 영어시간으로 짬을 내 1년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이제는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영어로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년째 교사대상 영어연수를 담당하거나 학원·인터넷 강좌를 꾸준히 듣는 등 영어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는데 이들은 초등 영어교육의 수준과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공교육도 변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현행 주 1, 2시간의 수업으로는 제대로 된 어린이 영어교육의 효과를 보장하기 힘들다."며 "교사들의 일상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 담임 위주의 영어수업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소도시에서는 자격을 갖춘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충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우수 영어교사의 효과적인 영어수업 모델을 선정, 전국 학교에 전파한다는 취지로 이번에 처음 시행됐으며, 수업 연구보고서·수업 동영상 제출, 영어 면접 등의 심사를 거쳐 10명을 최종 선발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배영직(37·교대부속초교) 교사가 선발됐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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