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청바지·전통 청바지/ 김교빈·김시천 엮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정통 인문서 시장의 축소로 인한 대학 교양서 출판 쇠퇴. 이는 결국 대학사회 내에 토론 문화가 갈수록 줄어들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렇다고 이를 해결한답시고 시대 상황과 걸맞지 않은 낡아 빠진 옛 교양서를 펼쳐들고 세미나를 할 수도 없는 마당.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2004년 10월 대학생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시리즈 서적이 기획됐다. '스무 살을 위한 철학 청바지' 시리즈. 이번에 나온 두 권의 책은 그 네 번째와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대학생들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철학적 논제들을 삶의 영역에서 푼다.', '제대로 된 논리를 갖추어 생활 위주의 철학교양서와도 차별을 준다.', '제대로 묻고 답하는 철학교양서를 만든다.'는 명제 아래 진리, 세상, 행복(2005년 출간), 가치, 전통, 과학, 생명, 예술, 문학, 글쓰기 등에 관해 철학자들이 질문하고 원고지 40매로 답안을 구성, 세계적 가치의 공유와 동양의 미래 가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전편에서 서양 철학의 관점에서 주제를 풀이했다면 4, 5권에선 '동·서양의 가치는 화해할 수 있을까?', '옛것은 과연 낡은 것일까?'로 부제에서 보듯 동양 철학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주목하는 것은 동·서양의 가치에 대한 이분법 사고. 우리는 흔히 동·서양이라 하면 서양은 '과학적'으로 생각하지만 동양은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해버린다. 현대의 가치도 과학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옛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고 버려야 할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양에서 자신들의 눈으로 동양을 재려 하던 것을 우리가 그대로 수용해버린 결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창조에서 종말까지 직선처럼 이어진 진보적 역사관"으로 "정체적이거나 아니면 혼란을 반복하는 일치일란(一治一亂)의 순환적 역사관"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결과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 등을 거치면서 동양적 가치는 파괴돼야 할 무언가가 돼버렸다. 이는 결국 '정신'을 중요시하는 동양적 가치의 부재를 불러왔고, '물질 문명'이 만연하면서 현대인의 정신은 황폐해졌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다시 동양 사상에서 찾고 있는 것이 우리가 목격해 온 과정이다.
동양의 성현들이 논의해왔던 '동서/고금(東西/古今)', 전통과 현대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 지은이들이 공통으로 주목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박홍규, 정재서, 이승환 등 우리 시대 대표적인 철학자 32인은 오리엔탈리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아시아적 가치, 가족주의, 현대 사회의 깨달음, 동양사상과 진화론 등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철학적 이슈와 논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서양은 진보적이고 동양은 정체적일까'(인간과 세계), '전통을 끌어안은 현대는 가능할까'(전통과 현대), '삶과 화해하는 지식은 가능할까'(학문과 지혜), '과학기술도 문화적으로 상대적일까'(과학과 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가치 청바지'는 동·서양 가치의 차이를 얘기하는 동시에 그 가치를 넘어 세계적인 가치를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전통 청바지'는 '동양 사회는 역사적으로 실재할까'(역사와 현실), '현대인에게 구원은 가능할까'(종교와 사회)', '사회적 규범은 영원할 수 있을까'(행위와 규범), '합리적인 것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일까'(예술과 언어)로 나누어 동양의 전통적 가치인 현모양처, 예, 효, 유교, 덕치(德治) 등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동양의 가치가 미래에 역할을 해낼지 알아본다.
어려운 주제들이지만 책장은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이야기마다 끝에 '생각거리'와 '읽을거리'를 놓은 것은 '독자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논의하는 가운데서 더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면 좋겠다.'는 출판사의 의도에 비해서도 너무 과잉친절인 것 같다. 가치 청바지 336쪽, 전통 청바지 320쪽. 각 권 1만2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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