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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 주자 난립, 그 불길한 의미

대선을 불과 9개월 앞둔 현재까지 범여권의 대선주자가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도로는 8개 정파에 13명의 주자가 난립하고 있다 하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두 주자의 지지도가 70% 선에 가까운데 비해 범여권 주자 전체의 지지도가 15% 안팎이라니 이 또한 비정상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교통정리를 위해 범여권 원탁회의를 추진 중이나 그마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런 파행적 정치상황을 연출한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등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의 1차적인 목적은 국민들에게 나라 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를 내세우는 것이다. 국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선주자 한 명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파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그런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각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실정이 가져온 국민지지기반 와해는 아랑곳없이 아직도 이념투쟁에 목을 매고 있는 인상이다. 지난 4년간 정부나 열린우리당 등이 얼마나 국민을 도외시한 정치를 해왔는지를 오늘의 대선주자 부재를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국민들의 고민은 이런 난맥상이 '졸속 대통령'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에 있다. 정상적인 선거경쟁보다는 사악한 폭로주의나 네거티브 한방으로 끝장을 내려는 정치공작이 등장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약장수처럼 나타나 그럴듯한 포장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술수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국가적 불행이 거듭돼서는 안 된다. 지난 4년간의 실정이 나라에 어떤 파탄을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보아왔다. 범여권은 국민들의 우려를 깊이 새기고 조속히 해답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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