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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봄을 앓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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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겐 좀처럼 잊히지 않는 선생님이 한 분 있다. 중3 때 담임 선생님이다. 도시락을 못 싸오는 제자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나눠줬다거나 하는 전설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분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은 선생님이 보여준 작은 실천 때문이다. 영어를 가르치던 40대 후반의 그 선생님은 아침 자율학습 시간이면 직접 밀대를 들고 교실 바닥을 박박 닦았다. 우리들에게는 "너거는 공부나 해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더럽다며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도 직접 하셨다. 오줌때가 누렇게 찌든 소변기에 직접 손을 넣고 거품 묻은 솔로 닦아내셨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청소를 하는 동안 반쯤 벗겨진 그분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떠오른다.

요즘 어딜 가나 '멘토'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만큼 인생의 길잡이가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인가 싶다. 멘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선생님이다.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사는 의도하든 않든 역할모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직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존경심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의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봄을 앓는 아이들(문경보 글/생각의 나무 펴냄)'을 신간 코너에서 발견했을 때 '봄을 앓는'이라는 말이 먼저 가슴에 와닿았다. 봄은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동시에 몹시도 불안정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봄을 앓는 아이들'은 교단일기다. 지은이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17년째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한때 교직을 잠시 거쳐 가는 일로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바보란 소릴 들어도 좋다."고 고백하는 41세의 교사다.

책에는 제 삶을 힘겨워하는 아이들과 그들을 향한 교사의 사랑이 불러일으킨 기적들로 가득하다. 30여 편의 사연이 들어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우현이를 보자. 우현이는 가난에 질렸다며 호스트바에서 돈을 벌겠다고 털어놓는다. 선생님은 고민 끝에 학창시절 학교 대표 짱이었던 제자, 김 사장을 동원한다. 김 사장은 자신이 몸으로 부딪친 세상을 구구절절 풀기 시작한다. 생생한 상담만으로 모자라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마련해주고 우현이와 의형제까지 맺는다.

문제아로 취급받던 성진이에게는 '힘이 세고 생각이 깊으니 전문대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충고한다. 제자는 교사 앞에서 고개를 떨구며 울먹인다. "선생님, 중학교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은 제 잘못만 지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제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저는 사실은 졸업 후가 너무 막막했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을 교사들에게 우선 공감이 갈 만한 내용일 테지만,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메시지가 될 것 같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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