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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양 사장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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퀭하니 꺼진 눈, 홀쭉하게 패인 볼, 봉두난발의 헝클어진 머리, 거북등 같이 갈라진 피부, 초췌한 몰골의 양은 살아있는 사람의 형상이 아닙니다. 마치 특수부대 지옥훈련을 끝내고 돌아 온 전사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양은 돌아왔습니다.

정확히 열흘 전입니다. 평소 침묵하던 왕의 집 전화벨이 유난스럽게 짖어댑니다. 게으름에 전화 받는 것조차 귀찮아하던 왕, "쉐이(누구냐)?" 묵묵부답,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쉐이? 쉐이? 쉐이?" 연거푸 몇 번을 다그칩니다. 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쇠 긁는 듯 음침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친구를 데리고 있으니 십만 위안을 준비해라"

자다가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 설마 하는 마음에 왕은 양의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담배 사러 갔어요, 무슨 일이예요" 조금 전까지 함께 마작을 두었다며 양의 아내는 안부를 묻습니다. 안심을 한 왕, "들어오면 전화 달라고 하세요." 그러고는 잊어버립니다. 괴전화를 받은 왕도, 왕의 전화를 받은 양의 아내도 양의 부재를 대수롭잖게 여깁니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집니다. 저녁을 준비하던 양의 아내, 뭔가 석연찮은 느낌에 친구 왕에게 전화를 겁니다. "혹시 남편과 함께 있나요?" "예?" 비상이 걸렸습니다. 갈만한데 알만한 친구에게 일일이 전화를 겁니다. 신고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양의 아내는 흐느낍니다. 하루, 이틀이 지납니다. 감감 무소식의 며칠이 피를 말립니다.

납치되기 며칠 전 친구의 결혼식에서 양을 만났습니다. 알짜배기 재산가로 소문난 양은 여관을 비롯한 사업체 몇 개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겉보기에 전혀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 양은 볕에 그을린 피부에 통통한 몸매, 전형적인 중국서민의 모습이었습니다.

팔일 째 되는 날, 안절부절 노심초사 기다리던 전화가 옵니다. 너무나 반가운 왕은 십만 위안이 든 돈 가방을 들고 날듯이 접선장소로 갑니다. 검은 비닐을 뒤집어 쓴 양을 되찾은 왕, 돈 가방을 팽개치고 탈출합니다.

긴 여행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양이 묻습니다. "나를 얼마에 샀어?" "십만 위안" "뭐라고? 겨우 십만 위안! 아니 이것들이 사람을 값싸게 보고! 나를 십만 위안짜리밖에 안 되는 인간으로 본다 이거지!"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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