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자식이나 형제, 자매를 보낸 이들이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 이미 인솔자 1명이 살해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위해 그 지역을 찾았지만, 탈레반은 외국인 납치과정에서 그들의 활동 목적이나 국적에 개의치 않는 듯하다.
한국인 22명의 목숨은 탈레반, 아프간 정부,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의 손에 달렸다. 특히 미국의 역할에 주목한다.
탈레반은 지난 1996년 말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아프간을 지배했던 이슬람 극단적 원리주의 무장세력이다. 80년대 파키스탄 북부 아프간 난민촌에 세워진 이슬람 신학교 '마드라샤' 출신 학생들이 모태가 된 탈레반은 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방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탈레반은 96년 말 보수적인 해외 이슬람 분파와 아프간 남부 파슈툰족의 지지를 얻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잡은 뒤 2001년 전국을 장악했다.
탈레반 정권은 2001년 11월 미국 주도의 서방국가와 당시 아프간 반군세력인 북부동맹이 합세한 전쟁에서 패배해 붕괴됐다. 이 때문에 현재의 아프간 연합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프간 정부는 주요 군사작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납치, 억류된 한국인들의 석방과 관련 미국의 역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해외 분쟁국의 외국인 납치 등에 대해서는 '테러국과의 무타협'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석방의 대가로 '몸값'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주된 목적은 포로가 된 탈레반 전사들의 맞교환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포로의 교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3월 탈레반에 붙잡힌 이탈리아 기자와 탈레반 포로와의 맞교환 전례도 있다.
아울러 국내단체의 해외봉사활동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해당 지역의 종교, 인종, 내전 등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안전성을 담보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꼽힌다. 한국이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의료, 문화, 노동 봉사를 펼치는 것은 그만큼 국력이 신장됐다는 방증으로 반길 만하다. 다만, 해당 국이 한국의 봉사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원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이 '아프간 탈레반이 수감 중인 동료 석방을 위해 한국인을 납치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는 경고문을 게시하고, 아프간 내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진 데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단체들이 학생과 의료진 등을 아프간에 내보낸 것은 사려깊지 못한 처사로 여겨진다.
김병구 차장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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