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재미에 헤살 놓는 사람을 스포일러(Spoiler)라고 한다. 극장 주변에서 미리 중요한 대목이나 결말을 퍼뜨려 영화의 김을 빼는 짓이다. 스릴러물이나 공포영화, 반전에 묘미가 담긴 영화일수록 치명적이다. 얼마 전 한 방송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심형래 영화 '디 워'의 엔딩 장면을 뉴스에 내보내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만큼 영화 흥행에서 스포일러는 예민한 변수다.
이 김빼기 수법이 이번 대선에서 단골카드다. 유례없이 뜨거웠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이 전법을 노련하게 구사했다. 그는 경선이 한창일 때 느닷없이 이명박 후보가 막판 승부수로 재산 사회 헌납 카드를 빼들 것이라고 언론에 터뜨렸다. 부동산 의혹 속에 수백억 재산을 고민하는 이 후보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실제 이 후보 진영에서는 홍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뜨끔했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홍 위원장은 경선의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대립할 때도 이 후보 측이 극적 양보 효과를 노려 반발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고 상대의 수를 흔들었다. 이 또한 일종의 김빼기다.
어제부터 본격 경선에 들어간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이 김빼기 전략이 등장했다. 선두를 달리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주로 타깃이다. 천정배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 목마'라고 공격하고 있다. '위장전입' '짝퉁 민주세력'이라고도 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위크 포인트'인 한나라당 전력을 최대한 문제 삼아 범여 1위 주자의 기세에 김을 빼려는 전략이다. 8명의 경쟁자들로부터 똑같은 공격을 되풀이 받는 손 전 지사가 얼마나 버틸지 주목거리다.
김한길 의원이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데리고 민주당과 통합 쇼를 벌인 것도 따지자면 민주당에 대한 일종의 김빼기다. 당시 민주당은 죽을 쑤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1대 1 통합을 자기 페이스로 가져가겠다며 한껏 기세를 올리던 차였다. 그런 정당에 슬쩍 들어가 의원 5명을 더 빼내 뛰쳐나온 것은 결과적으로 '트로이 목마'였다. 트로이 목마는 팽팽한 힘의 관계에 함정을 파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김빼기다.
남북 정상회담에 한나라당이 펄펄 뛰는 것도 대선 가도에 김이 새기 때문이다. 당초대로 오늘 열렸으면 한나라당의 경선 효과는 잡쳤을 터이고, 10월 개최는 더 찜찜하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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