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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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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계절이 다가온다. 그런데 낙엽보다도 먼저 우수수 떨어지는 게 있다. 머리 감을 때마다 한 움큼씩 빠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머리카락!

가을철엔 脫毛量(탈모량)이 평상시보다 약 1.5~2배 증가한다고 한다. 영국 피부과학회가 성인 남녀 140명을 1년 6개월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을부터 머리카락이 집중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에 특히 많이 분비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모발이 자라는 기간과 모낭의 크기를 감소시켜 탈모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헤어스타일이 첫인상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머리가 외모를 결정짓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헤어스타일은 특히 머리숱의 多寡(다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리밑이 숭숭하면 제아무리 神(신)의 솜씨로도 소용이 없다. 왠지 후줄근해 보이고 제 나이보다 늙어보이기 쉽다. 그러나 숱이 풍성하면 일단은 활기차고 젊어 보인다.

머리숱의 미덕을 깨닫기 시작하자마자 탈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중년기의 비애다. 하물며 세칭 '속알(소갈)머리'니 '주변머리'가 없어지는 사람들의 脫毛(탈모) 스트레스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2003년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여성들이 보는 앞에서 친구가 가발을 두 차례나 벗기며 놀리자 격분, 그 자리서 친구를 살해했던 사건도 극도의 탈모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법원이 군 복무 스트레스로 발생한 탈모에 대해 국가유공자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이색 판결을 내렸다. 입대 이후 갑작스런 탈모로 치료받았던 박모 씨는 치료 효과가 전혀 없자 국군통합병원에 입원, 머리 전체의 털이 빠지는 전두탈모증 진단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의병전역도 했다. 보훈청에 군복무 스트레스에 따른 탈모증 발생을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다 이번에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박 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탈모 관련 가족력이 없고 전역 이후 증세가 호전됐는 등 군 복무 스트레스 외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과거의 채식 위주 식생활과 달리 육식이 늘고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으로 등장한 이 시대에 탈모증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눈부신 현대의학이 탈모증을 극복할 그때가 도대체 언제일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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