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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김복연 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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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복연

큰딸이 이 백 내고

막내딸이 백 내고 아들들은,

아들은 며느리 걱정을 보탰지

그래서 삼백 들었어야

평생 몸에 금붙이라곤 몰랐는데

다 늙어서 이 무슨 주책이람

대충 우물거려도

한 사흘 정도는 속 편한데

딸년들 성화에 헐 수 없이

헐 수없이 하긴 했지만

좀 숭시럽구먼 그런데 허연 이빨에

벌건 잇몸

뚜껑 달린 스텐 밥그릇에

물 부어서 담가 놨더니 글쎄 증손놈이

할머니, 할머니

이건 무슨 꽃이야?

'꽃'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꽃:꽃식물의 유성 생식 기관(이희승 감수,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민중서림, 1996, 393쪽). 꽃이 생식기관이라니. 이건 꽃에 대한 지독한 모욕이 아닌가. 하지만 과학의 생리가 원래 그렇다. 거기에는 정서라는 촉촉함이 깃들 여지가 없다. 상상력이라는 드넓은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시의 영토에서라야 꽃은 비로소 꽃이 된다.

그런데 꽃 중의 꽃은 어떤 꽃일까. 멀리 찾을 것 없이, 한 나라를 쥐락펴락 한 가짜 학력 여교수의 傾國之色(경국지색)도 꽃은 꽃일 게다. 하지만 여기 진실로 아름다운 꽃이 있으니, 돈 보태고 걱정 보태어 맞춘 엄니의 틀니 꽃. 걱정만 보탠 올케를 미워하거나 서운하게 여기지 않는 딸네들의 마음 꽃. 평생 몸에 금붙이라곤 모를 정도로 검소하게 사셨던 어머니의 염치 꽃. 이 모든 꽃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기막힌 꽃향기!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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