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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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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여학생이나 그 또래를 딸로 둔 어머니가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여행기 형식을 띠고 있으나 실은 '사십대의 엄마와 사춘기 딸이 함께 쓰는 일기'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은 낯선 땅을 돌아다니며 토닥거립니다. 삼십 년쯤 나이 차이가 나는 여자 두 사람이 함께 낯선 길을 갈 때 얼마나 많이 싸우고 화해할까요. 특히 두 사람이 엄마와 딸의 관계라면 '못할 말'이 없고 '용서되지 않을 게'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많이 싸우고 그만큼 자주 화해합니다. 물론 두 사람은 호텔 방에서 토닥거리는 게 아니라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을 돌아다니며 토닥거립니다. 아니 으르렁댑니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직업 소설가입니다. 그녀의 책은 잘 팔리지 않습니다. 유명한 작가가 아니니 원고 청탁도 없습니다. 흔해빠진 문예지에 글 한번 제대로 실려본 적도 없습니다. 어렵게 써서 출판사로 보낸 원고는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재미없다, 당장은 출판이 곤란하다는 말인 셈입니다. 작가인 엄마는 삶을 살 수도 없고 안 살 수도 없어서 여행을 떠납니다. 말하자면 여행기를 써서 먹고살 작정을 한 셈이지요. 별로 잘 나가는 작가가 아닌 엄마의 직업은 사회적으로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보통의 엄마들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엄마와 딸의 나이 차이 삼십 년은 가치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에펠탑 앞에서 모녀는 또 한바탕 다툽니다.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매표소 앞에 이르자 '리프트 값'을 내라고 합니다. 엄마는 걸어서 올라갈 생각이었습니다. 돈을 아낄 요량으로, 또한 걸어서 높은 데를 오를 요량으로…. 높은 곳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가치관도 반영됐을 겁니다.

'걸어가는 코스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러나 딸은 이왕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또 다시 걸어 올라가는 출입구를 찾느니 '리프트'를 타자고 합니다. 둘은 티격태격하고 결국 걸어서 올라가는 매표소로 향합니다. 매표소 앞에서 엄마와 딸은 또 다툽니다. 엄마는 딸의 나이를 속입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을 11살로 속이고 입장료를 팍 깎습니다. 여권을 보여달라는 매표소 직원에게, "호텔에 두고 왔다."고 말합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딸 아이는 15살도 억울한데 11살이라니 분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래서 둘은 또 싸웁니다.

외국 남자들, 특히 이탈리아 남자들은 동양 여성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이 중년의 엄마는 한국에서는 별 인기가 없었지만 외국에서는 인기폭발입니다. 어린 딸의 눈에 엄마는 여자일리 없지요. 그러니 엄마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는 너무나 낯섭니다.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돈을 아끼고 싶은 엄마와 제 또래의 감수성을 가진 딸이 낯선 이국 땅을 돌아다니며 다투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야기….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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