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나눔, 장기기증] (상)6만여 대기자 '애타는 나날'

▲ 장기이식은 말기 장기 부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식 대기 환자에 비해 뇌사자 장기기증은 턱없이 부족해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장기이식은 말기 장기 부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식 대기 환자에 비해 뇌사자 장기기증은 턱없이 부족해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장기기증은 꺼져 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사랑이다. 국내 장기이식 수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장기기증이 필요한 사람에 비해 기증자는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국내 장기기증 및 이식수술의 현황과 장기이식의 필요성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6만 4천554명, 뇌사기증 등록자는 118명(국립장기이식센터 10월 30일 기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김모(49) 씨는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이다. "아예 살 길이 없다면 포기라도 할 텐데. 다른 사람처럼 중국에서 원정 수술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중국에서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사형집행을 통한 장기이식수술을 제재하는 바람에 수술비용이 2, 3배나 뛰어 1억 5천만 원 정도로 올랐다고 하더군요. 답답합니다."

196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시작한 뒤 79년 뇌사자로부터 기증된 신장의 이식, 88년에는 뇌사자 기증 간이식이 차례로 성공을 거뒀다. 92년 췌장이식과 심장이식, 94년 생체 부분 간이식, 96년 폐이식이 시행되면서 국내 이식수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장기이식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장기를 구하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대기시간이 2000년에 308일이던 것이 2006년에는 659일로 늘었고, 이 가운데 뇌사자 이식을 받은 환자는 1천68일로 거의 5년을 기다려 이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식도 2000년에는 평균 51일이었으나 2006년에는 107일로 길어졌다.

물론 장기기증 희망자(골수기증 희망자 제외) 수는 2003년 9천874명에서 2006년 13만 7천505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실적은 별로 없다.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해 141명(이식 건수 597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살아 있는 사람이 신장, 간, 골수 등을 이식한 건수는 모두 1천613건. 이 경우도 대부분 가족이나 친인척 사이의 기증이다.

2003년부터 64건의 간이식 수술을 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경우 뇌사자 간이식은 41건, 생체 부분 간이식은 23건이다. 최동락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교수는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3천여 명에 이르는데 한 해 동안 뇌사자 간 기증 건수는 100여 건"이라며 "생체 부분 간이식은 뇌사자 기증이 적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뤄지는 수술"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이식해 주기 위해 간의 경우 한 개의 간을 두 부분으로 나눠 어른과 어린이 환자 두 사람에게 나눠주는 눈물겨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증자를 찾지 못한 말기 환자들은 국내에서 이식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원정수술을 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 원정 이식은 환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기증 장기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국내 의료진과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식수술을 하는데다 수술 및 치료경과에 대한 기록이 불충분해서 위험을 안고 있다.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내에선 그 원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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