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연탄 난로에 불을 지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 찜통을 설치한다. 김이 하얗게 서린 투명한 통 너머에 숨쉬는 듯이 조용히 앉아 있는 하얀 호빵은 먹을거리가 신통치 않던 당시 1등 간식이었다. 엄마는 그냥 그것을 사주면 좋으련만 꼭 5개들이 한 봉지를 사오셔서 집에서 쪄 주신다. 그럼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통속에 있는 호빵이 더 맛있다는 둥 집에서 찌면 안 통통하다는 둥 잔소리를 해댔다. 부족한 시절, 그렇게라도 절약해서 하나 더 먹이려는 엄마의 마음을 짐짓 모르는 체하면서 말이다.
찜통에서 나온 호빵은 다섯 식구 한 개씩 먹으면 딱 맞으련만 엄마는 반을 잘라 뜨거운 팥에 데일까 후∼후 불어가며 우리들 입에 넣어주신다. 그때는 엄마가 호빵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나중에 커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 호빵, 우동, 연양갱, 찹쌀떡임을 알면서 나도 이젠 엄마의 마음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겨울이면 나도 내 아이들에게 호빵을 쪄준다.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할머니가 호빵을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5개들이 호빵을 사면 두 개씩 사서 하나는 우리가 쪄먹고 하나는 엄마를 드린다. 쪄 드시라고….
권정인(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댓글 많은 뉴스
박 前 대통령 선대위원장급 행보…'與 독주·野 한계'가 소환
10년 만에 '벽치기 유세' 꺼내든 김부겸…"이번에 안 바꾸면 언제 바꾸겠습니까" 호소
李대통령 "빚때문에 가족 끌어안고 죽을 정도면 파산·면책 해줘야"
전국 광폭 유세 박근혜, 정치 활동 재개?…유영하 "朴, 단종처럼 복위"
유영하 "박근혜, 단종처럼 모함 벗고 제자리로 복위될 것…인격살인 대가 받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