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연탄 난로에 불을 지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 찜통을 설치한다. 김이 하얗게 서린 투명한 통 너머에 숨쉬는 듯이 조용히 앉아 있는 하얀 호빵은 먹을거리가 신통치 않던 당시 1등 간식이었다. 엄마는 그냥 그것을 사주면 좋으련만 꼭 5개들이 한 봉지를 사오셔서 집에서 쪄 주신다. 그럼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통속에 있는 호빵이 더 맛있다는 둥 집에서 찌면 안 통통하다는 둥 잔소리를 해댔다. 부족한 시절, 그렇게라도 절약해서 하나 더 먹이려는 엄마의 마음을 짐짓 모르는 체하면서 말이다.
찜통에서 나온 호빵은 다섯 식구 한 개씩 먹으면 딱 맞으련만 엄마는 반을 잘라 뜨거운 팥에 데일까 후∼후 불어가며 우리들 입에 넣어주신다. 그때는 엄마가 호빵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나중에 커서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 호빵, 우동, 연양갱, 찹쌀떡임을 알면서 나도 이젠 엄마의 마음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겨울이면 나도 내 아이들에게 호빵을 쪄준다.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할머니가 호빵을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5개들이 호빵을 사면 두 개씩 사서 하나는 우리가 쪄먹고 하나는 엄마를 드린다. 쪄 드시라고….
권정인(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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