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 시조산책] 새해에 어린 동무에게/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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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느셔라 부르셔라

그지없이 자라셔라,

하고 먼 큰 목숨이

뿌리뿌리 벋으실 제,

북 한 번 다시 돋는 날

서울이라 합니다.

2

또 한층 올라섰네

더욱 멀리 내다 뵈네,

우리의 참 목숨이

어데만치 있삽든지,

맨앞에 다시 그 앞이

겐 줄 알고 갑세다.

3

새 목숨 짓고 지어

끊이올 틈 없는 우리,

시(時)마다 이엄이엄

서울이오 또 서울을,

날로도 멀겠삽거든

해로 말씀하리까.

해는 세상의 거울입니다. 새해를 맞이함은 저마다 하나씩의 거울을 받는 일이지요. 묵은 거울은 구랍의 그믐에 묻고, 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거울을 새로 받았습니다. 새해 햇귀에 빈 소망들이 그 거울 속에 온전하기를 염원합니다.

새해 첫 '시조산책'. 현대시조 여명기의 작품인지라 행간에 희부연 신생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우리말을 가려내 북을 돋운 흔적도 역력하고요. 날마다 새로운 '서울'(여기서는 '신원', 곧 '설날'을 말합니다)을 꿈꾸며, 큰 목숨/참 목숨/새 목숨이 늘고 붇고 자라기를 갈망하는군요.

이 땅의 신문학에 끼친 육당의 자취는 너무도 뚜렷합니다.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를 들고나와 전통적 율격의 개혁을 시도한 것도 그요, 최초의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1926년)를 펴낸 것도 그였지요. 육당은 시조를 '조선인의 폐허 수정운동, 신천지 개벽운동의 기조'라 했습니다. 그제나 이제나 시조는, 조선의 특색과 본성과 실정을 오롯이 담고 가야 할 그릇입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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