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으로 입술 윤곽을 만지면
손가락이 만지는
입술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입술의 살결이 성급하게 손가락을 받아들여
조금씩 떨며 살의 즐거움을
탐욕스럽게 느끼려는 걸 알게 된다
내 손가락 내 입술인데도
왜 그럴까
손가락보다
입술이 더 민감하기 때문일까?
당신의 입술 선을
만져보고 싶어
그래야
입술 살결을 더듬는 손가락의
마음을 알게 될 거 같아……
---------------------------------------------------------
감각! 그렇다, 감각이 관건이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외부세계와 접점을 이루는 곳이 감각. 오늘날 사람들의 감각은 병들어 있다. 물질문명이 야기한 이미지 홍수 탓이다. 영화, 광고, 티브이 이미지에 중독이 되어 살다 보니 사랑조차도 영화 속 배우들을 흉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감각이 아니라 타인의 감각으로 사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만져보자. 금세 전류가 흐른다. 금방 불꽃이 인다. 이 감각은 누구의 감각인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나만의 감각. 그런데 감각은 두 군데서 발생한다. 입술과 손가락. 마치 내 속에 두 사람이 사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알 것 같은데 다른 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느 순간 내 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 도대체 누구인가?
장옥관(시인)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백종원 갑질 비판하던 저격수의 갑질…허위 보도하고 나 몰라라
'곳간 지기' 했던 추경호 "李대통령 배드뱅크 정책 21가지 문제점 있어"
채무탕감 대상 중 2천명이 외국인…채무액은 182억원 달해
李대통령, 사법고시 부활 거론에…국정위 "논의 대상인지 검토"
李정부, TK 출신 4인방 요직 발탁…지역 현안 해결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