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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손가락의 마음/양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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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으로 입술 윤곽을 만지면

손가락이 만지는

입술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입술의 살결이 성급하게 손가락을 받아들여

조금씩 떨며 살의 즐거움을

탐욕스럽게 느끼려는 걸 알게 된다

내 손가락 내 입술인데도

왜 그럴까

손가락보다

입술이 더 민감하기 때문일까?

당신의 입술 선을

만져보고 싶어

그래야

입술 살결을 더듬는 손가락의

마음을 알게 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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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그렇다, 감각이 관건이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외부세계와 접점을 이루는 곳이 감각. 오늘날 사람들의 감각은 병들어 있다. 물질문명이 야기한 이미지 홍수 탓이다. 영화, 광고, 티브이 이미지에 중독이 되어 살다 보니 사랑조차도 영화 속 배우들을 흉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감각이 아니라 타인의 감각으로 사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만져보자. 금세 전류가 흐른다. 금방 불꽃이 인다. 이 감각은 누구의 감각인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나만의 감각. 그런데 감각은 두 군데서 발생한다. 입술과 손가락. 마치 내 속에 두 사람이 사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알 것 같은데 다른 한 사람은 누구인가. 어느 순간 내 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 도대체 누구인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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