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靑-인수위-신당, 정부조직법 '3각 충돌'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거부권 시사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신·구 권력 충돌에서 청와대-인수위-대통합민주신당 간 3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 발언을 문제삼자 청와대가 비판했고, 이에 통합신당이 발끈하는 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이 그런 행동(거부권 시사)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인수위의 정부 개편 내용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하는 얘기인지, 손 대표의 정부 조직에 대한 철학은 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에 우상호 통합신당 대변인이 발끈했다. 그는 논평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손 대표에게 원색적 비난을 가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청와대 대변인이 손 대표의 정체성까지 문제 삼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즉각 사과하라."고 응수했다.

손 대표가 노 대통령 발언을 공개 비판한 것은 대선 참패 이후 계속돼 온 '노무현 색깔 빼기' 전략 차원이란 것이 정가의 대체적 풀이다. 통합신당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청와대가 반격에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당선인은 '원안 통과'라는 정면 돌파 방침을 세웠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23일 "필요할 경우 여권 의원들에게 전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당선인도 이날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행자위 소속 의원들과 시내 모처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원안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이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우선 '차관체제'로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원안 통과를 위한 일종의 배수진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조직 개편 문제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려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관련된 40여 개의 법안을 다 검토해야 한다."며 대통합민주신당에 '투쟁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신당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손 대표는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작업에 대해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독자적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경고했다.

신당의 이 같은 방침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탈노무현' 행보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한나라당과도 전선을 형성해 총선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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