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한데이)한 걸음 앞서 가는 아줌마

한가로운 휴일아침! 아들 둘을 데리고 인근 공원을 찾았다. 목적은 운동이지만 그건 허울 좋은 핑계다. 굳이 이유를 밝힌다면 해가 중천에 떠서도 일어나지 않는 아들놈에 대한 조바심이 그 이유이리라. 간편한 차림새로 문을 나섰다. 엊그제 차가운 겨울비가 흩날리더니 제법 쌀쌀한 기운이 전해진다.

도착해 보니 공원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맑은 겨울햇살을 벗 삼아 우린 그 행렬에 몸을 싣게 되었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조깅은 계속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앞 아줌마와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놈에게 "저 아줌마를 잘 살펴봐! 너희들 저 아줌마 따라잡아볼래?" 하며 말했다.

그런데 제법 시간이 흐른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회를 거듭할수록 아줌마와의 간격은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멀리서 잘 살펴보니 그 아줌마는 일정한 조깅속도를 유지하다가 간혹 힘을 내어 뛰기도 한다. 그래! 바로 그것이었다. 뒤따른 아들은 아줌마들의 평소 걸음만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쫓아가는 데 급급하였던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경쟁시대에 남다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걸을 때 최소한 그 이상으로 걸음을 옮겨야 하고, 천천히 숨고를 때에도 쉼 없이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애씀은 늦으면 늦을수록 힘들게 되고, 결국엔 영원히 뒤처진다는 것을….

오늘의 이 느낌이 우리 자식들에게 큰 깨달음이 되고, 훗날 그네들만의 인생을 돌아볼 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기를 소망해 본다.

윤재선(대구 수성구 만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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