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는 여성들의 울타리 역할을 해 주고 싶어요. 막 첫걸음을 시작했지만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폭력과 차별로 상처받는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대구 여성의 전화'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지난 5년간 대구 여성의 전화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조윤숙(40·여) 대표가 그 주인공. 지난 3월 3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그녀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상담뿐만 아니라 기존회원 간의 관계 조성과 여성 인권운동까지 벌이면서 발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히 기존 회원들 간의 관계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폭력이나 차별로 '대구 여성의 전화'와 인연을 맺은 회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인권운동가로 변해 활동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나서부터다.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 시작한 삶을 타인의 상처를 쓰다듬는 것으로 시작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많아요." 그래서 그녀는 회원 챙기기에 굉장히 열성적이다.
그 외에도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도 맞서고 있다. "생활 속에 잔존하는 차별이 굉장히 무서운 거예요. 무의식으로 작용할 때가 많거든요." 그녀는 생활 속의 차별에 맞서기 위해 열세살 아들에게도 '상대방 동의 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성교제뿐만 아니라 선택의 문제에서도 이를 명확히 인식시켜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생활 속의 차별에 못 견뎌 여성운동에 뛰어든 경우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와 사회 생활에서 남녀 차별을 느낀 후 곧바로 운동에 몸담았다. 여성학대학원 석사와 교육학과 박사를 하면서도 대구여성의 전화에서 간사로 활동했다. 17년 전 일이다. "제 인생에 가장 잘 한 선택이 여성의 전화에서 일 한 거예요." 그후 그녀는 단 한 번도 여성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후회한 적이 없다. 그녀의 어깨에 놓인 짐 만큼이나 여성 인권을 향한 그녀의 의지 역시 대단했다.
"사람 때문에 괴롭지만 사람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
김민석 국무총리 첫 일정 농민단체 면담…오후엔 현충원 참배·국회의장 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