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폴리페서

정치 계절이 오면 폴리페서(polifessor) 논란이 심심찮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인 폴리페서는 공직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말하기도 하지만 대표적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번 총선에 공천신청을 한 교수는 100명이 넘었고 이 중 10여명이 공천을 받았다.

폴리페서들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본업인 학교 강의에 대한 부실 우려와 낙선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안전판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온갖 눈치 봐가며 정치판에 뛰어드는데 교수들은 비교적 당당하게 등장한다. 웬만하면 인재 영입 케이스라는 수사까지 따라붙는다.

다른 사람들은 낙선하면 자칫 패가망신과 함께 정치 건달로 전락할지 모르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만 폴리페서는 아무 일 없었던 듯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 죽기 살기로 전력투구하는 후보들이 보기엔 밉살맞은 정도가 아니다. 유유자적 꽃놀이패 즐기듯 선거를 치르는 상대와 맞서는 것 자체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선거일 60~12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 공직자에 비하면 대단한 특전이다. 그래서, 출마한 교수 중엔 아직까지 강의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강의가 될까. 휴강'폐강'대강으로 처리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수강신청을 해 놓은 학생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해 무려 1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다.

폴리페서들은 당선되면 휴직했다가 임기가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재선, 3선 하면 8년, 12년 후에도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직업이 잘 없다.

교수들에게 특혜와 다름없는 제도적 보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교수들의 앞선 지식을 국가 발전에 활용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페서가 비판받는 이유는 출세만을 노린,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 처신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민 수준의 향상으로 교수 못지 않은 인재들이 우리 사회에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대학교 소장 교수들이 출마교수의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폴리페서의 정치권 진출을 규제하는 윤리규정을 제정하자고 나선 이유도 일반인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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