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어버이의 기쁨

"모두 앞사람 등에 이마를 붙이고 눈을 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어머니는 여러분이 몸 건강히 훈련받고 돌아오길 기도하십니다. 모두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님 은혜를 부릅시다."

30년 전 육군훈련소 각개전투교장. 꿀 같은 10분간 휴식 시간이었다. 교관의 짓궂은 어머니 타령은 땀에 젖은 까까머리 훈련병들의 얼굴을 노래 첫 소절도 다 부르기 전에 금방 눈물 범벅으로 바꾸어 버렸다.

황제펭귄의 새끼 돌보기 다큐멘터리 영상은 생명과 자식 사랑에 대한 무한한 외경심을 느끼게 한다. 수컷은 영하 40℃의 혹한에서 알을 발등에 올려놓고 두 달씩이나 지켜내는 것이었다. 암컷이 100㎞나 떨어진 바다로 가서 먹을 것을 삼키고 돌아와 교대할 때면 체중이 절반 정도로 줄어있다. 황제펭귄들의 이런 목숨 건 자식 사랑을 과연 새끼 펭귄들이 알기나 할까.

어머니는 그런 이름이다. 어머니는 우리가 힘들 때나 기쁠 때 가장 먼저 찾는 이름이다. 배워서가 아니라 나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 살아 있는 것들의 본능이다.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자궁 속의 태아 시절이 가장 편안하고 평화스러웠다면 인간에게 어머니는 그리움이고 아득하면서도 아늑하다.

이어령 님은 어머니를 바다라 했고 시인 고은은 흙이라 했으며 시인 김지하는 고향이라 했다. 모두가 생명의 근원이다. 한량없고 가없고 변함없는 그 무한대의 크기, 그것은 東西古今(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이다. 우리가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깊숙이에서 찌릿해 오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어미에게 자식은 기쁨이요 보람 그 자체이다.

그런데 수천 년을 지배해 온 孝(효)의 실행이 21세기인 지금 세대에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난다. 아직 로봇과 복제인간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조손가정만도 5만8천 가구가 된다지 않는가.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춘추시대 楚(초)나라의 老萊子(노래자)는 나이 72세에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렸다 한다. 무작정 베풀기만 하는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그 나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일은 어버이날. 나이와 놓여진 처지가 다르겠지만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자.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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