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과 신발에 관한 재미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다 감동적인 시 하나를 만났다. '늦은 밤/잠들은 큰 녀석의 발이 커보여/조심히 내 발을 대어보니/나보다 크다/어느새 이렇게 자랐는가/참 고맙고 대견한데/갑자기 가슴 한켠이 시려오는 것은/발이 크면 도둑놈이라 하시던/옛 어른들 말씀을 되돌아 새겨보니/머리는 가슴과 더불어 자라지 못하고/발만 커버린 나는/부모님 등골을 파먹고 살아온/도둑놈이 맞는것 같다.'
사람이 직립보행 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발! '발이 크면 도둑놈'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발 또는 신발과 관련된 표현이나 속담, 속설 등이 유달리 많다. 신체부위 가운데 손과 더불어 발이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발이 크면 왜 도둑놈이라고 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한 네티즌의 해석이 눈에 쏙 들어온다. '두대왈장군 족대왈적(頭大曰將軍 足大曰賊:머리가 크면 장군이요 발이 크면 도둑이다)'이란 한자성어에서 유래됐다는 게 그의 해석. 옛날 장군은 투구를 쓰기 때문에 머리가 크다고 하였고, 도둑놈은 도망다니기 때문에 발이 크다고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네티즌은 "도둑은 가리는 데 없이 돈만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가지 않느냐"며 "그래서 어디든 간다는 뜻으로 발이 크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도둑과 발이 같이 등장하는 속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도둑이 제발 저린다'. 뭔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누가 말도 안했는데 제풀에 사정을 드러내거나 먼저 변명을 늘어 놓는 것을 보고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고 한다. '줘제이씬쉬(做賊心虛)'란 말로 뭔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마음(양심)이 허전해 그 사정을 스스로 노출시킨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에도 발과 관련된 구절이 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나를 떠났지만 곧바로 돌아올 것을 염원하는 마음이 '발병난다'로 승화된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타이를 때 자주 인용하는 '때린 놈은 웅크리고 자고,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는 속담도 있다. 발을 뻗고 잔다는 것은 곤란한 일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편히 자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또는 공천헌금과 관련된 일부 인사들 가운데에는 발 뻗고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또 '발 벗고 나서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일컬으며, '발을 구르다'는 매우 안타까워하거나 다급해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오가지 않거나 관계를 끊을 때에는 '발을 끊는다'고 표현한다. '발 들여놓을 자리 하나 없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서거나 들어앉아 매우 비좁다거나 많은 물건이 질서 없이 놓여 있거나 어지럽고 지저분할 때 자주 사용한다.
'발이 길다'는 표현도 재미 있다. 음식 먹는 자리에 우연히 가게 돼 먹을 복이 있다는 것을 일컫는다. 반대의 경우는 '발이 짧다'. 먹는 자리에 남들이 다 먹은 뒤에 나타날 때 이 표현을 쓴다. '발 넓다'는 사귀어 아는 사람이 많아 활동하는 범위가 넓다는 뜻으로, '마당발'이란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중에는 '발가락이 닮았다'도 있다. 32세의 노총각 M이 친구들 몰래 결혼을 했는데, 총각 때의 무절제한 방탕생활로 각종 성병을 앓아 생식능력이 없음을 의사인 '나'는 알고 있다. 결혼한 후 2년이 지난 어느날 M이 갓난아기를 안고 '나'의 병원으로 찾아온다. 아기가 기관지를 앓고 있었지만 M의 속셈은 그 애가 자기 애라는 보장을 얻으려는 데 있었다. M은 그 애가 제 증조부를 닮았다고 말하고 자기를 닮은 데도 있다고 말한다. 즉 가운데 발가락이 제일 긴 자기의 발가락을 닮았다는 것.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면서도 애써 그것을 삭혀 보려는 M의 심정이 눈물겨워 '나'는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다고 말하고는 의혹과 희망이 섞인 M의 시선을 피해 돌아앉는다.
발과 '형제사이'라 할 수 있는 신발과 관련된 속설로는 "그 나라 성매매 여성들의 몸값과 구두 값은 일치한다"는 이른바 화대론이 있다.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국제적으로 물가수준, 일인당 국민소득은 다 달라도 그 나라 여자들의 화대는 그 나라 구두 가격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에서 나왔다"며 "허무맹랑할 듯 하지만 전세계 대부분 남성들이 이 공식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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