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빈말한 '국정운영 동반자' '사심 없이 나랏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만남을 가진 이후 양측에서는 서로를 원망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쪽에서 보다 더 격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친박 복당을 분명하게 매듭짓지 않았다는 불만들이다. "이러려면 왜 박 전 대표를 만나자고 했느냐"는 게 친박 진영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결국 두 지도자의 110분간 회동은 계파문제가 주제였고 혼란스런 나라 안팎 얘기는 없거나 들러리였던 셈이다.

박 전 대표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과, 청와대의 다음날 브리핑에서도 친박 복당 문제가 대화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비쳐졌다. 박 전 대표는 '5월 말까지 일괄 복당 허용'을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복당에 거부감 없고 당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대응했다. 만나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어떤 합의도 없이 두 사람은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하고 헤어진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내용을 부정적으로 발표해 버렸고, 청와대는 어떡하든 충돌하지 않으려 눈치를 보고 있다.

실망스럽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다. 두 사람은 도대체 언제까지 친박 얘기를 끌고 갈 건가. 국민들도 친박이니 복당이니 하는 문제를 대단하게 여기는 줄 아는가. 국민이 먹고사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자기들끼리 괜한 권력싸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무엇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까지 '친박' '친이' 소음에 밤낮 시달리도록 만드는지 짜증이 난다. 이런 패거리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을 따라오라고 하니 혈압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동에 거는 기대는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불신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두 사람이 화합을 과시해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내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회동 전에 밝힌 '국정 운영의 동반자' '사심 없이 나랏일 할 것'이라는 양측 약속은 빈말로 끝났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