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친환경 오리농법(오리를 이용해 벼를 재배)을 시행하고 있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농법을 강행하자니 AI 확산이 우려되는데다 소비자들에게도 외면받을 게 뻔하기 때문. 따라서 모내기를 코앞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우렁이나 쌀겨농업 등 다른 농법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농자재 구하기도 만만찮은데다 가격 폭등마저 우려돼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리농법 전면 중단
경북 도내에서 오리농법으로 가장 많이 벼를 재배하고 있는 울진군은 13일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올해 계획한 423.6㏊에 대한 오리농법을 전면 중단하고 우렁이농법으로 전환키로 했다. 경북도내에서 처음 있는 이 같은 결정은 인근 지자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도 13일 화천군이 오리농법 벼 재배 중단을 선언하는 등 10개 시군의 497가구 362㏊에서 오리 11만마리를 들여와 추진하려던 오리농법을 취소하고 우렁이농법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올해 806농가 752㏊에서 13만마리의 오리를 사용해 벼농사를 짓기로 한 충남도도 AI 영향으로 오리농법 재배면적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고, 충북도의 경우는 우렁이 농법 적용이 1천200농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파생되는 문제점들
▷물량 확보 비상과 가격 폭등 예상=현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농법 이외의 친환경농법으로는 우렁이와 쌀겨농법이 고작으로, 선택의 여지도 없다. 게다가 전국의 오리농법 농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농법을 전환함에 따라 물량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농사 차질과 함께 농자재 가격 폭등 우려를 낳고 있다.
▷위약금 배상과 추가 비용 우려=새끼 오리를 입식하겠다며 부화장 업주와 맺은 계약을 위반한 데 따른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울진군의 경우 1억8천400여만원으로 오리 8만3천500수를 구입하기로 했으나 이번 조치로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전망이다.
또한 오리는 잡초는 물론 벼에 붙어 있는 벌레까지 잡아먹어 제초와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큰 반면, 우렁이는 물바구미 등을 잡지 못해 이에 대한 약제 구입비가 덤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오리농법을 포기할 경우 농가에 보급한 오리집(개당 20여만원 상당) 1천개의 구입비와 오리집 보수비 1억여원 등 손실도 적지 않다.
▷사라지는 볼거리=적잖은 지자체들과 농민들이 오리농법을 선호하는 것은 제초와 병해충 방제 효과 외에도 벼 포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오리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황호운(71·울진군)씨는 "'오리'는 친환경농업의 대명사로 인식될 만큼 도시민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고 도·농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생태계 교란 논란=왕우렁이는 생태계 교란종 논란을 빚고 있다. 연간 최대 3천여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높은 번식력과 거의 모든 식물을 먹어 치울 만큼 왕성한 식성 때문이다. 따라서 왕우렁이는 지난해 5월 환경부로부터 '생태계 위해성 2등급'으로 분류됐고, 그 등급은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만약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경우 농사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방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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