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경주의 중심, 박물관

아시다시피 경주는 신라(BC 57~AD 935)의 천년 수도입니다.(저는 흔히 이야기하는 천년 고도라는 말보다 천년 수도를 즐겨 씁니다. 훨씬 더 성격을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주가 만든 박물관이 국립경주박물관입니다. 신라인이 만든 박물관입니다. 천년 수도 경주가 있기에 신라 사람들이 있었기에 국립경주박물관이 탄생한 것입니다.

경주에서의 박물관 역사는 19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의 경주고적보존회 진열관이 국립경주박물관의 모태입니다. 1975년 현재의 자리로 새로이 건물을 짓고 옮겨왔습니다. 벌써 30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만, 한가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남쪽으로 정문을 옮기는 일입니다.

30여년 전 이전할 당시 남쪽에 정문을 두는 것으로 설계되어 모든 건물 배치가 남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정상 북쪽으로 문이 나버려 지금도 북쪽 옆구리로 모든 방문객들이 드나듭니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은 한눈에 박물관 전체를 조망할 수 없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고 뒤통수만 보는 꼴입니다. 관람 동선도 서로 부딪쳐 엉키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일반 집도 북쪽에 문을 두는 일은 없습니다.

이 숙원을 풀기 위해 박물관 남쪽 부지 6만8천여㎡를 매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정문을 이전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립경주박물관이 경주역사문화관광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에서 경주의 역사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사전에 얻은 뒤 여러 문화유적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와 여정을 마무리하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또한 남쪽으로 정문이 나게 되면 고속도로에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됩니다. 박물관이 남산의 여러 불적들과 월성 안압지 대릉원 황룡사터 등 시내 여러 유적들을 이어주는 교량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파리에서 꼭 방문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루브르박물관입니다. 런던에선 브리티시박물관을 어김없이 찾습니다. 경주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이라고 할 것입니다. 경주를 방문하는 거의 모든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박물관입니다. 천년 수도 경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문화 시설이 바로 국립경주박물관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 국책사업으로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경주역사문화도시의 '중심'에 국립경주박물관이 있길 희망합니다. 박물관에서 비롯되고 박물관에서 마무리되는 경주역사문화관광의 큰길을 만들어 나아가야 합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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