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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花鬪(화투)/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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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똑 또 똑 떨어지구요

창에 기울은 오동꽃이 덩달아 지네요

종일 추녀물에 마당이 파이는 소리

나는 차 배달 왔다가 아저씨와

화투를 치는데요

아저씨 화투는 건성이고

내 짧은 치마만 쳐다보네요

청단이고 홍단이고

다 내주지만

나는 시큰둥 풍약이나 하구요

창 밖을 힐끗 보면

오동꽃이 또 하나 떨어지네요

집 생각이 나구요

육목단을 가져오다

먼 날의 왕비

비단과 금침과 황금 지붕을

생각하는데

비는 종일

슬레이트 지붕에 시끄럽구요

팔광을 기다리는데

흑싸리가 기울어 울고 있구요

아저씨도 나처럼 한숨을 쉬네요

이매조가 님이라는 건 믿을 수가 없구요

아저씨는 늙은 건달이구요

나는 발랑 까진 아가씨구요

한심한 빗소리는 종일 그치지를 않구요

한때, 경상북도 청송, 봉화 같은 낯선 소읍에서 푸줏간을 열어놓고 살고 싶었더랬지요. 주렴을 늘어뜨린 뒷방에서 때 묻은 베개 턱 밑에 고이고 배 깔고 엎드려 바깥을 내다보면, 햇살 대못처럼 꽝꽝 내리꽂는 골목에 누렁이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지나가고. 그러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하품을 씹으며 눈가의 눈물방울을 찍어내겠지요.

'한심한 빗소리' 들으며 하는 한심한 생각. 추적추적 종일 그치지 않는 빗소리. 시큰둥한 일상을 거부하며 둥근 타이어는 철벅이며 어디론가 굴러가고, 비 맞는 전봇대처럼 나는 혼자 붙박여 있지요. 누가 거두지 않은 빨래인지, 이웃집 옥상의 젖은 빨래가 철썩철썩 건조대를 때리다 조용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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