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동물처럼 비교적 용이하게 재난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은 운명을 받아들이며, 거기에 적응하고 저항하며 살아야 한다.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각종 계략과 술책, 장치와 함정을 적절히 활용한다. 곤충을 관측하는 능력, 비행술, 탄도학 혹은 공학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지식과 발명을 앞서는 면모도 종종 보여준다.
이 책은 식물의 여러 기관 중에서도 식물적 생장의 노력이 집중되는 꽃에서 지혜와 지략의 증거를 찾고 있다. 꽃을 수정시키기 위한 수술과 암술의 유희, 향기의 유혹, 조화로우면서 화려한 색의 호소, 꽃 자신한테는 전혀 쓸모가 없지만 벌, 나비를 붙들어 놓기 위해 공들여 만들어 내는 꿀 등. 평화롭고 아름다운 꽃의 내면에서는 소리 없지만 '처절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꽃'은 더 이상 화려한 빛깔과 오묘한 향기로 세상을 즐겁게 해주는 꽃송이가 아니다. 식물에게 있어 꽃은 천형일지 모를 운명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계략을 구사하는 전사다. 5월의 장미꽃 역시 힘겨운 투쟁 속에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전사인 것이다.
지은이는 '파랑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수필가다. 그는 생물학자라면 '적자생존' '용불용설'로 간단히 정리해버릴지 모를 자연현상을 시인의 눈과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다. 160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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