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耳順의 시인이 詩로 쓴 인생론

온달을 꿈꾸며/석현수 지음/학이사 펴냄

시인 석현수가 시집 '온달을 꿈꾸며'를 출간했다. 시적 운율과 내용이 있는가 하면 수필집이라고 해도 나무랄 사람 없을 작품도 함께 싣고 있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기보다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다.

'나는 선장입니다. 지도도 없이 출항한 이 배는 항해의 중반을 넘어 어느덧 닻을 내릴 곳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중략) 늙은 조수가 된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때로는 내 솜씨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간간이 조타기까지 빼앗아 쥐고는 휘둘러보고 있습니다. (중략) 저마다 역할을 다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 하선을 하고 나니 이제는 조수와 선장만 댕그러니 남았습니다. 아이들 모두는 각자의 생활이 있다고 하고 선장이 그동안 챙겨준 모든 것들을 쏟아버리고는 새것들로 가득 가득 채워가고 있습니다. 보는 방향도 선장의 방향과 도무지 같지도 않습니다. 하늘의 별자리마저 달리 해석할 때는 실망도 컸고요. 그러나 모든 잘못은 선장에 있었기에 실망보다는 얼른 이해를 서둘러야 했습니다.(하략)' -선장- 중에서

이처럼 석현수의 이번 시집은 한 남자의 삶과 가족애를 큰 주제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시인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반추와 살아갈 날들에 대한 다짐을 담은 셈이다. 시인은 이순 고개를 지났다. 자신감과 용기로 무장하고 질주하던 청년은 이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는 나이가 됐다. 지난날을 찬찬히 굽어보고, 다가올 날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지만 시인의 동작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고 작다. 그는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아름답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215쪽, 8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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