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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마련 일일호프 연 임종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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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치는 신부 "이주여성을 위해…"

▲ 이주여성 쉼터 마련을 위해 연주회를 가진 임종필 신부는
▲ 이주여성 쉼터 마련을 위해 연주회를 가진 임종필 신부는 "어릴 때부터 짬짬이 쳐온 기타가 사목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우용기자 vine@msnet.co.kr

"박수 치고 온통 난리였죠!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지난 21일 이주여성 쉼터 마련을 위해 일일호프를 연 임종필(40·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신부는 그날 성경 대신 기타를 잡았다. 임 신부가 '어쩌다 마주 친 그대'를 열창하자 참석자들은 테이블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부님이 기타 치고 유행가를 부르니 모두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임 신부가 부른 노래는 13, 14곡. 평소에는 생활성가를 많이 부르지만 이날 만큼은 70, 80년대 대학가요제 노래를 골랐다. 40, 50대 후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기타 잡을 시간이 없지만 이날 공연을 위해 며칠간 새벽까지 연습을 했다고 한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냥 도와달라고 하기도 뭐해 기타를 치는 거죠." 이날 1천명이 일일호프를 다녀갔다.

그가 기타를 잡은 이유는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을 위해서다. 가정을 돌보기보다는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한국인 남편을 피할 수 있는 이주여성들의 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주여성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이런저런 가슴 아픈 사연도 많고요….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분들이 훨씬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임 신부는 이날 모은 기금에 가톨릭대구대교구의 지원을 얻어 조만간 번듯한 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가 기타를 잡고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결식아동돕기, 2006년 이주민을 위한 희망콘서트 등 크고 작은 연주회를 10여차례 가졌다고 한다. 임 신부는 이 얘기를 하면서 다소 쑥스러워 했다. "기타를 잘 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좋게 봐주셔서…. 어릴 때부터 짬짬이 쳐온 기타가 사목활동에 큰 도움이 되네요."

임 신부는 2004년부터 4년간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올해 9월 초에 열리는 철인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1주일에 한두 차례 마라톤 연습을 한다. 그는 "정신력을 강화하는데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며 "늘 인간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2세의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는 모두 3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임 신부는 "아이들이 무척 밝고 즐겁게 생활하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경쟁사회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잘 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90년대 중반 신학생 시절부터 철거민, 빈민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지난 2005년 자원해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에 취임해 이주민 사목을 맡고 있다.

"이주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멀었어요. 그들은 이방인도 아니고 나그네도 아니에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 형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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