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면 가끔씩 생각나는 우산에 얽힌 추억이 있다. 지금은 우산이 흔하지만 내가 중학생이던 그때만 해도 우산은 그리 흔하질 않았다. 지금은 칠순잔치나 개업식 그 밖의 행사 때면 선물로 우산을 주는 데가 많다. 그래서 집집마다 몇 개씩은 가지런히 걸려 있다. 하지만 비닐우산도 잘 없고 사는 곳이 오지라서 우산을 사려면 30분 거리의 시장이나 차를 타고 읍내까지 가야했던 그때에는 형제들 대부분이 오 남매 이상이라 비 오는 날 아침만 되면 서로 우산을 가지고 가려고 항상 전쟁이었다.
그날도 아침에 전쟁을 치르고 우산을 쟁취한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는데, 평소 말 한마디 해 본적 없던 남학생이 우산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빌려줄까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자 "난 어떡하고?"라고 하고는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그때는 아버지가 엄청 무서워서 우산을 빌려 주면 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 와서 아버지께 그 말을 했더니, "빌려주지 왜?"이러시는 거였다. 의외의 말씀이셨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깐 빌려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다.
우리 집은 학교에서 5분 내지 10분이면 걸어오지만 그 친구는 1시간은 족히 걸어야 되는 먼 거리였다. 지금처럼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오지의 마을까지 비를 맞으며 갔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얼굴의 그 아이는 그날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산을 빌려 달라 했었는데 얼마나 무안했을까?
친구야! 넌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난 그 우산을 빌려주지 못해서 비만 오면 생각나는구나. 차라리 빌려줬으면 이 글을 쓸 이유도 없었는지도 모르겠지? 마음 편히 잊었을지도 모르니까…….
손해숙(의성군 금성면 산운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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