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필의 대가 정목일의 글과 이목일 화백의 서양화가 어우러진 수필집 '모래밭에 쓴 수필'이 출간됐다. 수필가 정목일은 풀밭, 노을, 떡살, 토기, 산나물, 풍경, 안개, 별 등 작은 사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소한 일상에 빛깔과 향기를 입혀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홉 살에서 열 살인 3학년 아이들은 으레 이빨이 두세 개쯤 빠져 있어, 웃을 때 드러난 잇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중략) 교사란 학생들의 가슴에 씨앗을 심는 사람이 아닐까요. 씨앗은 아마도 사랑과 지식과 정신이겠지요'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목숨을 걸고라도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며, 하지 않아야 할 말에 침묵하는 것이다. 닭은 말에 생명을 건 고독의 관을 썼다. 닭은 새벽의 시인이자 진실의 증언자이다' -닭이 있는 풍경- 중에서.
이처럼 정목일의 수필은 수필이라기보다 경구나 명상처럼 읽힌다. 어쩌면 뻔하고 소소해 보이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평범함에서 진리를 찾는 그의 글들은 깨달음에 가까운 울림을 제공한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이번 수필집은 일상과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지은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여행지에서의 사색, 수필에 대한 지은이의 진솔한 생각을 담고 있다. 또 '원색이 진실'이라고 외쳐온 이목일 화가의 강렬한 색감이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273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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