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 사장님도, 의사 선생님도, 전업주부도 무대에 올라서면 근사한 연주자로 변신한다. 기타를 품에 안고 나일론줄을 손톱으로 튕기며 내는 소리는 인간적이다. 대구 유일한 클래식 기타 합주단'조이오브기타앙상블'(www.joyguitar.net)은 이 인간적인 소리에 반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조이오브기타앙상블은 2004년 6월 클래식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전문 연주자는 물론이고 대학에서 클래식기타 동아리 활동을 했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인 것.
"우리 대학생 때는 클래식기타 인기가 최고였어요. 그 후로 통기타 문화가 활성화되고 노래방 난립, 디지털음악이 주류를 이루면서 10년 넘게 침체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사람들은 클래식기타의 음색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백광범 회장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부활'을 지적했다.
조이오브기타앙상블은 연주 동호회답게 수준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다양한 레퍼토리가 강점. 보통 관현악곡을 편곡한 곡을 주로 연주하지만 조이오브기타앙상블은 기타 앙상블을 위해 작곡된 오리지널 앙상블곡을 연주하는 전국에 몇 안되는 동호회다. 뿐만 아니라 현대 재즈를 직접 편곡하거나 탱고를 연주하는 등 레퍼토리가 고전에서부터 현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6명의 단원들은 일주일에 한번, 3개월 전에 마련한 전용 연습실에서 연습한다. 연주회가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만난다. 타 지역으로 초청연주를 갈 때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음악을 매개로 만났기에 알력도, 다툼도 없다. 2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세대 차이도 없다.
클래식기타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휘자 김덕수씨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겐 바이올린의 매력을, 피아니스트에겐 피아노의 매력을 묻는 게 아니다"면서도 은근히 클래식기타의 매력을 열거한다.
"사람의 신체와 기타 줄이 직접 맞닿기 때문에 각도에 따라 음색의 변화가 아주 다양해요. 또 피아노 같이 선율과 반주를 혼자 이끌 수 있는 완벽한 솔로 악기죠. 이 때문에 요즘엔 통기타 대신 오히려 클래식기타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클래식기타에 대한 사랑은 '자기 만족'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웃들에게 전파한다. 1년에 크고 작은 연주회만 20여건. 최근 6월엔 대경연합연주회, 7월 진주 초청연주회, 8월 부페초청연주회 등으로 일정이 빼곡하다. 백 회장은 "연주회에 오신 분들은 처음엔 '기타로 뭘하지?'라고 생각하지만 연주를 듣고난 후엔 '참 듣기 좋다'며 극찬해요. 이 소리에 반해 단원들의 자녀들도 대를 이어 즐기는 경우도 있죠."
전문 연주단이다 보니 아무나 가입하긴 힘들다. 클래식기타 연주가 가능한 수준을 갖춰야 오디션을 통과할 수 있다. 백 회장은 "실력보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클래식기타 활성화를 위해 초보자들도 준단원으로 받아 무료강습 후에 연주단원으로 승급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우리 나이 또래의 취미로는 골프가 고작이에요. 이에 반해 음악활동은 보람도 크죠. 우리가 즐기면서 동시에 남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이오브기타앙상블은 9월 27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정기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가을밤, 가족과 함께 클래식기타 음색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클래식기타만이 가진 인간적인 음색의 하모니, 조이오브기타앙상블의 공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문의는 019-544-823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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