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꽃들의 음란행위/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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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교미는 대낮에 한다

꽃보다 아름답다

별꽃에

양지꽃

보잘것없는 꽃까지도

탱탱 불어서 터질 것 같다는 음란

기어오르고

문지르는 행위는 없지만

나보고 비켜 달라는 눈치

공연히 내가 부끄러워진다

일요일 낮에 앞산에 올라갔다가 자귀나무가 분홍 꽃술을 달고 있는 걸 봤지요. 리기다소나무 아래 풀숲에는 달개비꽃이 짙은 청색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고요. 풀·나무들이 꽃피우는 걸 보면 이들이 연애편지를 쓰는 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나비에게 어서 제 방으로 방문해 달라고, 야밤에 담 타넘고 오지 말고 대낮에 중인환시리에 자기 품에 안겨달라고 연분홍 연서를 쓰는 거죠. 아닌 게 아니라 식물들이 쓰는 '화두(花頭)문자', 그게 꽃이 아니고 뭐겠어요. 아니, 풀·나무가 그린 춘화도가 꽃이 아니고 뭐겠어요.

꽃은 원래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건만 사람만 공연히 부끄러워지니 무슨 까닭일까요. 그런데 꽃 피우는 일을 음란행위라니, 그건 정말 너무하셨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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