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10m허들의 지존인 '황색 탄환' 류시앙(25·중국)은 고국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강력한 도전자를 만난다. 쿠바의 '샛별' 다이런 로블레스(21)이다. 로블레스는 지난달 13일 체코의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그랑프리 골든 스파이크 대회 110m허들 결승에서 12초87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류시앙의 종전 세계기록 12초88을 0.01초 단축한 기록이다.
돌이켜보면 류시앙도 4년전 아테네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류시앙은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후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른 후 아테네올림픽에서 12초91의 세계 타이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트랙 종목에서 동양인이 세계를 제패한 사건이었기에 충격파도 컸다.
류시앙은 이후 2006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슈퍼그랑프리에서 12초88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전성기를 내달렸고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정상을 호령했다. 그러나 류시앙은 올 들어 유명세에 따르는 외부 활동이 부쩍 늘어나면서 경기력은 그에 반비례하고 있다. 류시앙은 1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에 선임되며 정치적 행보를 하는가 하면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종 광고에 나서면서 훈련에 소홀,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에서 13초18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체하면서 퇴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류시앙에 비해 로블레스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류시앙이 세계 무대에 명함을 내밀던 2003년에 세계유스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칠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던 로블레스는 피나는 훈련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9월 IAAF 국제대회에서 12초92로 우승, 처음으로 12초대에 진입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올들어 급기야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운 로블레스는 이어 6월28일에 열린 국제대회에서도 12초96로 우승한 데 이어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AAF 골든리그 110m허들 결승에서도 12초88의 기록으로 우승,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로블레스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류시앙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성원을 받으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류시앙은 허벅지 부상 탓도 있어 부진했지만 뛰어난 순발력과 탄력으로 무서운 막판 질주 능력을 지녀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의욕을 다지고 있다. 남자 110m허들 결승전은 8월21일 오후 10시45분에 벌어진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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