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교도소에서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밥풀냄새가 난다 그쪽도 내 독자다
지금은 봄이군요 그리고 아무 말이 없다
새순이 돋아서 좋다 꽃이 피어서 좋다
그쪽도 어쩌다 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좋다
검열한 편지지 속에서 삐뚤삐뚤 피어난 꽃
볼펜 한자루에서 피어났다
오늘은 저녁 쌀 씻다 한줌 쌀을 더 씻다
편지가 귀한 시대가 됐다. 밥풀로 봉한 편지를 받는 일은 더욱 귀한 시대가 됐다. 요구르트에 밥풀 넣어 술을 빚어 먹는다는 교도소. 부족한 게 많은 곳이라서 그런가, 편지에 적힌 사연도 여백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침묵보다 더 큰 말씀이 어디 있겠는가.
행을 한 연으로 처리하여 여백을 둔 시의 어법도 침묵을 닮았다. 그 빈자리에는 돋는 새순과 피는 봄꽃. 꽃을 매단 가지가 내 쪽으로 뻗었으니 그 마음을 뜨겁게 받아 안는다. 많이 배우지 못해 글씨는 삐뚤삐뚤 엉성하지만 담긴 마음은 누구보다 진실하다. 그러니 저녁 쌀 씻다 한줌 쌀을 더 씻을 수밖에.
시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