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방울실잠자리/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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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 비가 왔다 사나흘 이어졌다

우화를 막 끝낸 것, 끝내지 못한 것들

갈대를

꺾어 문 바람

서걱서걱 울고 있다

두어 시간 날이 들면 연해 날개를 털고

암컷의 유혹과 경계의 동시성을 띈

새하얀

방울소리만

소택지에 낭자하다

바르르 치떠는 날개, 마지막 구애를 한다

배 끝 관상돌기 연신 부풀어 오르면

서둘러

물풀 사이로

꽁지 내려앉는다

방울실잠자리라? 참 재미난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 끌려 도감을 찾는데, 막상 찾고 보니 어느 물가에선가 본 기억이 또렷합니다. 다만 이름을 알지 못했을 뿐, 이미 낯익은 곤충이었던 게지요. 모든 사물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일, 이는 시인이면 마땅히 해야 할 몫임을 다시금 알아차립니다.

사나흘 오던 비가 그쳤습니다. 소택지에 낭자한 방울소리. 바야흐로 방울실잠자리의 짝짓기 철입니다. 다리에 달린 방울을 세게 흔들어 짝을 찾는 방울실잠자리. 그들은 서둘러 우화를 하고, 바르르 날개를 치떨며 구애를 합니다.

여러 생물학 정보들이 시 속에 녹아 들어 자연의 생명력을 일깨웁니다. 방울실잠자리 한 마리가 어지러운 내 사유의 물풀 사이로 꽁지를 내립니다. 짧은 여름 한철, 방울실잠자리의 긴 일생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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