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방울실잠자리/김세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습지에 비가 왔다 사나흘 이어졌다

우화를 막 끝낸 것, 끝내지 못한 것들

갈대를

꺾어 문 바람

서걱서걱 울고 있다

두어 시간 날이 들면 연해 날개를 털고

암컷의 유혹과 경계의 동시성을 띈

새하얀

방울소리만

소택지에 낭자하다

바르르 치떠는 날개, 마지막 구애를 한다

배 끝 관상돌기 연신 부풀어 오르면

서둘러

물풀 사이로

꽁지 내려앉는다

방울실잠자리라? 참 재미난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 끌려 도감을 찾는데, 막상 찾고 보니 어느 물가에선가 본 기억이 또렷합니다. 다만 이름을 알지 못했을 뿐, 이미 낯익은 곤충이었던 게지요. 모든 사물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일, 이는 시인이면 마땅히 해야 할 몫임을 다시금 알아차립니다.

사나흘 오던 비가 그쳤습니다. 소택지에 낭자한 방울소리. 바야흐로 방울실잠자리의 짝짓기 철입니다. 다리에 달린 방울을 세게 흔들어 짝을 찾는 방울실잠자리. 그들은 서둘러 우화를 하고, 바르르 날개를 치떨며 구애를 합니다.

여러 생물학 정보들이 시 속에 녹아 들어 자연의 생명력을 일깨웁니다. 방울실잠자리 한 마리가 어지러운 내 사유의 물풀 사이로 꽁지를 내립니다. 짧은 여름 한철, 방울실잠자리의 긴 일생이 지나갑니다.

시조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25일 오후 7시 25분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공군 F-16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20m 높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협정 체결 국가들이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의 위법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