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얼굴 반찬/공광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 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다 아시겠죠? 친절한 시인이 숨겨놓은 것 없이 다 이야기하고 있으니 군말이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문득 어머니가 무쳐주시던 콩나물 반찬이 생각납니다. 오래전부터 심심한 박나물, 가죽나물 장아찌, 콩자반과 등겨장이 사무치게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얼굴 반찬 때문이었군요.

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 채 우리는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날마다 잘 입고 잘 먹고 잘 노는데도 속은 왜 이렇게 헛헛합니까. 그리운 얼굴은 다 밥상머리를 떠나고, 앉혀야 할 얼굴은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가버렸으니 그 빈자리가 시립니다. 시린 마음으로 식은 밥을 먹습니다. 삶이 식었습니다.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25일 오후 7시 25분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공군 F-16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20m 높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협정 체결 국가들이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의 위법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