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저기 저 달 속에/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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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보름달이 막사발만하게 떠오르면

인중 길고 눈두덩 꺼진

냇가의 고목들은

흉흉한 전설 속으로 날숨을 내뿜는다.

길 잃은 계수나무 초가삼간 떠돌고

달무리 숨죽이며

물굽이 치는 여름 밤

바람도 대숲 가득히 어둠을 기어오른다.

한 종지 밀기름으로 푸른 심지 꿈틀대는

외눈박이 그대 사랑

저주처럼 진 흐를 때

저기 저 둥근 달 속에 죽지 못한 세월 보인다.

막사발만한 보름달에 달무리가 선 밤입니다. 시인은 그 밤의 풍경들을 샅샅이 다 훑기로 한 걸까요. 달빛을 헤집으며 연방 눌러대는 감각의 셔터. 날숨을 내뿜는 냇가의 고목도, 대숲을 기어오르는 바람도 앵글을 비켜가진 못합니다. 거푸 찍혀 나오는 감광판 속의 낯선 풍경들.

긴장의 절정은 셋째 수입니다. 한 종지 밀기름에 푸른 심지를 박은 채 꿈틀대는, 꿈틀대며 진이 흐르는 외눈박이 사랑. 아무래도 사련이거나 비련인 듯한데요. 숨죽인 사위, 月下(월하)의 풍경이 일시에 물굽이를 칩니다. 죽지 못한 세월 속을 떠도는 모진 사랑의 불티.

시는 세계에 대한 해석이요, 사물에 대한 사랑의 방식이라지요. 이런 작품을 만나면 그 생각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달이 지기 전에 마음이 지나갈 길을 툭 터놓고 기다릴 일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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