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2월 공산당원이었던 뉴욕의 전기기사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그의 부인 에셀이 원자폭탄 기밀을 소련에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일개 전기기사가 그 같은 엄청난 혐의를 받게 된 것은 이들에 앞서 같은 혐의로 체포된 과학자 그룹 중 한 사람이 에셀의 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판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은 반역죄 판결을 받고 1953년 6월 19일 전기의자로 처형됐다.
그 후 1993년 미국 변호사협회는 이들에 대해 모의 재판을 열었다. 결과는 증거불충분, 무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젠버그 부부는 반공이데올로기가 낳은 '사법살인'의 희생자로 굳어질 뻔했다. 그러나 1995년 '베노나 프로젝트'라는 극비문서가 공개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당시 미 정보기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소련의 암호를 해독, 로젠버그 부부를 포함, 매카시 상원의원이 간첩으로 지목한 인사들의 스파이 활동을 알고 있었지만 에드가 후버 FBI국장이 이를 공개할 경우 향후 소련 암호 해독이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해 비밀에 부쳤던 것이다.
그 뒤 1997년 이들의 무혐의를 입증할 증언이 다시 나왔다. 로벤버그 부부를 50여 차례 이상 만났다는 전 KGB요원 알렉산더 페크리소프가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로젠버그는 소련에 고급 산업정보를 넘기긴 했지만 원폭기밀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주장일 뿐 로젠버그 부부가 원폭 기술을 소련에 '넘기지 않았다'는 증거는 여전히 없다.
여간첩 김수임 사건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해 화제다. 보도 요지는 비밀 해제된 1950년대 기밀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김수임과 동거하고 있었던 미8군 헌병감 베어드 대령은 주요 군사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었다. 즉 김수임이 베어드 대령을 통해 북한에 넘겨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는 從北(종북)파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통성 없는 이승만 정권의 무자비한 빨갱이 사냥'이 증명됐으니.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40년 만에 무고한 시민에서 다시 반역자로 판명된 로젠버그 부부처럼 김수임의 간첩죄를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나오리라는 것을.
정경훈 정치부장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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