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벽조목 도장-최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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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뜨거운 것이

성큼 젖은 목숨을 건너간다

눈썹이 새파란 대추나무

손을 내밀어

우레의 심장을 낚아챈다

죽음보다 질긴 약속

음각으로 뿌리 내린다

벼락을 품은 붉은 이름 하나

하늘에 또렷이 찍힌다

눈썹이 새파란 스무 살 시절엔 천둥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다. 벼락무늬 온몸에 새기고 운명에 맞서서 사랑을 구하려 했다. "죽음보다 질긴 약속", 도장 새기듯 마음에 새기려 했다. 돌보다 더 단단한 벽조목(霹棗木)에 새겨두려 했다. 벽조목은 곧 벼락 맞은 대추나무. 안 그래도 목질 단단한 나무인데 벼락까지 받아 안았으니 그 단단하기가 금강석에 못지않다.

옳거니, 금강석에 새길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사랑이라는 말씀. 하지만 "한 열흘 걸어 잠그고 코피 터지게/섹스나 했으면 하던 청춘, 없다/시공을 초월한 만남으로 밤새운 새벽/하얀 눈 위에 동백꽃 피운 적, 없다"고 고백한 이 시인에게 이런 사랑이란 단지 꿈이 아니었을까. 아니라면 이 사랑은 지극히 치명적인 사랑. 벼락을 품어 안을 정도로 뜨거운 낭만은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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