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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産室(산실)에서-권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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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산실 유리창 너머 꽃말을 듣고 있네

초롱꽃 민들레꽃 한 아름 받아 든 목련

전생의 이름표를 달고 꿈길 향해 달려오네.

나도 너처럼 거슬러 봄을 베고 누워도

밀어 보낸 썰물로는 다시 못 채울 그 하늘

산과 들 두 손 꼭 잡고 무지개를 바라 섰네.

단숨에 천지를 얻고 작은 영토를 만들어

그 안에 맑은 수액이, 내 안에는 얼마나 있을까?

해와 달 번갈아 안으며 소나기를 맞고 있네.

산실 풍경이 왠지 또 다른 삶의 종언과 맞물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삶의 시작과 끝이 같은 병원, 같은 뜰의 일이어선가요. 한 생명이 가고 오는 길이 유리창 하나로 갈립니다.

전생의 이름표를 단 낱낱의 생명들이 지상에 난만한 꽃밭을 이룹니다. 새 생명의 탄생을 물끄러미 건너다보다 불현듯 떠올린 그 봄. 생의 노정에서 숱하게 밀어 보낸 썰물들을 거슬러가면, 거기 태초의 하늘엔 언제나 희망의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한 천지를 얻습니다. 하나 해와 달이 갈마드는 동안 몸은 늙고 마음은 지치기 마련이죠. 찬란한 생명의 꽃밭에 더러 소낙비도 칠 테고요. 산실 창 밖을 분주하게 오가는 슬픈 얼굴의 사람들. 신생아실에서 영안실로 건너가는 긴 회랑에 걸린 전생의 이름표는 또 뉘 것입니까?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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