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이 320만㎘로 나타났다. 술 소비 인구로 나눠보면 성인 1인당 연간 맥주 80병, 소주 72병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1년을 52주로 산정하면 매주 맥주와 소주를 각 1병 반씩 마신다는 결론에 이른다. 술을 마시는 음주 빈도 역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1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과음자가 27.9%, 1주일에 2, 3회 마시는 음주자는 49.5%,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시는 음주자가 22.6%로 확인됐다. 마시는 습관 역시 '술잔을 돌리는 경우'가 74%로 집계됐고, '단시간에 많이 마시는 경우'도 음주자의 64%에 달했다. 강요가 심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57%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의 윤활유로 불리는 '술'이 과용을 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술의 예법과 정도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문적으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별 주법(酒法)이 달라지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 주도(酒道)를 알아봤다. 경북대학교 한문학과 김시황 명예교수를 통해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향음주례(鄕飮酒禮)를 살펴봤다.
◆악습의 기원: 돌리고 권하고 터트려라!
▷수작(酬酌:술잔을 돌리다)=술잔을 돌리는 풍습에 대한 기원은 모호하다. 중국과 일본에선 자신의 술잔을 권하는 풍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임금의 하사주와 포석정에서 온 유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하사하는 풍습이 와전돼 자신의 술잔을 비우고 상대방에게 권하는 악습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실제 임금이 술을 하사할 땐 술과 술잔을 함께 내려주었으며 마시던 술잔을 권했던 기록은 전혀 없다.
경주 포석정의 술잔 역시 수작의 유래로 보기도 한다. 포석정의 술잔을 비우던 관습이 이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석정의 술잔은 술을 먹던 잔이 아니고 술을 뜨는 쪽박인 점을 미루어 보면 이 역시 유래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작을 '아첨'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재빨리 술잔을 비우고 윗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복종'과 '충성'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권주(勸酒:술을 권하다)=술잔을 말린다는 뜻의 건배(乾杯)를 외치며 술을 권하는 풍습은 일본의 간빠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술자리의 마지막 술을 마시며 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풍습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국 전통 예법에선 단숨에 술을 들이켜는 것을 실례라고 여겼다. 잔의 술을 조금씩 나눠 먹고 혹시 잔이 빌 경우 주인이 손의 잔에 술을 채웠다. 제사를 지낸 뒤 음복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술잔에 술을 조금씩 부어 마셨다. 초헌관(初獻官: 종묘 제향 때에 첫 잔을 올리는 일을 맡아 보던 제관)도 각자의 잔에 술을 부어 한모금씩 나눠 마시며 주도를 이끌었다.
▷폭탄주(爆彈酒: 두 가지 이상의 술을 섞어 마시다)=독주의 전통이 없는 한국에서 폭탄주는 근래에 나온 악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군정과 독재, 군부통치 등을 거치면서 권력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법으로 추측된다. 중국 북구지방이나 러시아 등 기후의 영향으로 인해 독주를 즐겨 마셨던 것과 비교해보면 과거 선조들의 술은 20도를 웃돌지 않았다. 특히 폭탄주는 주량과 연령,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과거 예법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악습이다.
※향음주례(鄕飮酒禮): 매년 음력 10월에 개성부·제도(諸道)·주(州)·부(府)·군(郡)·현(縣)에서 길일을 택하여 고을의 유생(儒生)이 모여 술을 마시며 잔치한 예절.
戒爾勿嗜酒 너에게 술 즐기지 말라 경계 하노니
狂藥非佳味 미치는 약이요, 아름다운 맛 아니라
能移謹厚性 삼가고 중후한 성품을 변화시켜
化爲凶險類 흉하고 험악한 사람 되게 하나니
古今傾敗者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패한 사람을
歷歷皆可記 역력히 모두 다 기록할 수 있느니라
=>술을 경고하는 선인의 글귀-범노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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