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談(청담)
이진명
조용하여라. 한낮에 나무들 입 비비는 소리는. 마당가에 떨어지는 그 말씀들의 잔기침. 세상은 높아라. 하늘은 눈이 시려라. 계단을 내려오는 내 조그만 애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때처럼. 눈시울이 붉어라. 萬象(만상)이 흘러가고 萬象(만상)이 흘러오고. 조용하여라. 한해만 살다 가는 꽃들. 허리 아파라. 몸 아파라. 물가로 불려가는 풀꽃들의 해진 색깔들. 산을 오르며 사람들은 빈 그루터기에 앉아 쉬리라. 유리병마다 가득 울리는 소리를 채우리라. 한 개비 담배로 이승의 오지 않는 꿈, 땅의 糧食(양식)을 이야기하리라. 萬象(만상)이 흘러가고 萬象(만상)이 흘러오고.
한낮에 나무들 입 비비는 소리가 들린다면 이미 가을. 고요가 세상을 지배하는 가을이 온 것이다. 드높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부신 햇빛, 그 '조그만 애인'을 붉은 눈시울로 맞이한다. 만상이 흘러가고 만상이 흘러오는 가을, 그리고 하늘. 상념은 흰 구름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여름 햇빛에 지친 풀꽃들은 고스러진다.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건 풀꽃만이 아니어서, 오지 않는 꿈과 부족한 양식을 걱정하는 휴일 한낮에 괜히 허리가 아프고 몸이 아프다.
채송화 씨앗처럼 단정한 구두점이 또박또박 찍힌 짧은 문장의 시문. 처연함이 묻어 있는 감탄 종결어미의 감상성은 명사형 어미가 막아준다. 완결되지 않은 문장으로 시편을 마무리하는 열린 구조는 마지막 문장을 첫 문장으로 이어주니, 과연 만상이 흘러가고 만상이 흘러오는구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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