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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독도] 발전기 돌려 만든 물 한바가지 '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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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살아보니…

▲ 첫 독도 파견근무를 위해 전충진기자가 지난 5일 김성도(오른쪽)씨와 함께 서도로 향하고 있다.
▲ 첫 독도 파견근무를 위해 전충진기자가 지난 5일 김성도(오른쪽)씨와 함께 서도로 향하고 있다.

"승객 여러분께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여러분께서 내리는 독도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배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한 후 내리시기 바랍니다!"

삼봉호를 타고 독도를 오는 승객들은 어김없이 평생 두 번 들을 수 없는 안내 설명을 듣게 된다. 어느 비행기, 열차, 배를 타더라도 들을 수 없는 이상한 화장실 이용 안내 방송. 독도의 일상은 이렇게 시작부터 뭍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관광여객선이 독도에 도착하더라도 배를 선착장에 입항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는 현지에 도착해서 정박을 시도해 본 후 결정한다. 배가 정박하더라도 너울성 파도가 밀려들면 곧바로 승객들을 다시 태워 울릉도로 되돌아가고 만다.

독도 땅을 밟는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날 운수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객들은 하선한 이후에도 철저하게 행동의 통제를 받는다. 허가없이 독도경비대 계단을 오를 수 없으며, 선착장 옆 자갈밭에도 들어갈 수 없다.

독도, 특히 어업인숙소가 있는 서도에서는 최근부터 인터넷이 되지만 뭍에서와 같이 쉽지는 않다. 모뎀을 이용한 위성 연결이기 때문에 속도가 무척 느리다. 그나마도 시간 제약이 뒤따른다. 이곳 전기는 석유를 이용한 발전기로 해결하는 데, 발전기를 돌리는 시간(주로 낮 시간은 발전기를 돌리지 않음)에만 인터넷이 가능하다.

전기사정이 그렇다면 독도에 냉장고가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있다. 어업인숙소에는 정수기도 있다. 대신 전기가 끊어지는 낮시간 동안 냉장고는 밤시간 동안의 얼린 기운으로 버틴다. 정수기는 전기가 없는 동안은 별 소용이 없다.

물부족은 진행형인 과제. 서도에 최근 학술조사단 등이 대거 입도함에 따라, 해수담수화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이곳에서 아침 저녁 샤워 따위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한 바가지의 물도 석유 발전기를 돌려 만든 담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아껴서 써야 한다. 화장실 물도 소변일 경우에는 몇 차례 일을 본 후 물을 내릴 정도이다.

독도의 유일한 대중 교통수단은 모터보트이다. 서도에서 동도로 가거나, 짐을 나르거나, 어로활동을 위해 나설 때면 모터보트 시동을 걸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뭍에서의 일상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른 것이다.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성도씨 부부는 "서도에서의 삶은 어쩌면 구도자(求道者)의 삶 같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전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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